퇴근 길, 저녁 반찬이 궁금하여 집에 전화하니 아무도 없다.
아빠한테 전화하니 나보다 한 정거장 전이네. '아우 배고파'를 외치며 집에 들어서서는, 아빠는 밥을 짓고 나는 김치찌개를 끓였다. 시장을 반찬 삼아 아빠와 나는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니 엄마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어? 참 착하고 똑똑해."
"근데 아빠는 왜 그렇게 속을 썩였어?"
"아빠가 노래를 잘해서 그랬지 흐흐"
"그럼 노래 잘하는 거 별로 안좋은거네?"
"그렇지..."


우리 아빠는 24살 때 아빠가 되었다. 가수가 되겠다고 잠시동안 온 가족 속을 썩이셨단다. 지금도 "아빠, 노래 한곡만 해줘바바" 부탁할라치면, 그 즉시 나훈아 보다 백배 잘 부르는 구성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생각해보면 참 어린 나이, 방황할 법도 한 때인데
어린 나는 참 오랫동안 아빠를 원망했었다.



예전에는 점잖아뵈고 온화한 웃음을 띤 다른 애들의 아빠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울고, 잘 웃고, 뭐든 잘 드시고, 드르렁 드르렁 잘 주무시고, 설운도, 나훈아 다 합친 것보다 노래 더 잘 하고, 맨날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하시는 우리 아빠가 우주 최고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광화문 앞에 글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봄이 속삭인다

꽃 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무언가 익숙하다... 아니 내가 어딘가에 쓴 적이 있는 말인데!!
예전 싸이에 올렸던 글들을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시도 아니고 뭣도 아닌)글이 버젓이 있는게다.



봄이 내게 말했어요
배이화 2004.03.29 21:23스크랩:0
파일명:

자전거 타고 달리니
착한 봄바람이 머리카락 한올한올 손톱끝
드러난 발목까지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연두색 어린 새싹 앞에서
머리를 숙이자
봄이 내게 말했어요
꿈을 꾸라고
변화를 믿으라고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말했어요



시간적으로 볼 때 아름다운 GIP 교정에서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동료들과 산책을 마친 후 무언가 벅차올라 작성한 글이 틀림없다.  봄이 무언가 희망의 메세지를 준다는 면에서 위의 글과 매우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그렇다면 위의 교보빌딩에 크게 적혀진 글은 무어란 말인가. 검색해보니 헤르만 헤세의 <봄의 말>에서 발췌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고등학생 때 헤르만 헤세에 열중하여 그의 단편들을 여러권 읽은 적이 있었는데, 혹시 저런 문구를 읽은게 인상깊었던 걸까?

'나를'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긴 김현철씨가 T-square의 노래를 듣고 잠들다가, 다음 날 일어나서 작곡을 하였는데 의도치 않게 표절시비에 걸리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일까.

아님 정말 봄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일까?


김범석 목사님을 만나서 희년 사업 이야기를 했다.
가슴이 뛰는 일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예전에 작성한 원고를 관계자 분들 앞에서 발표하기로 하였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오묘하다.
어찌 될런지 알 수 없지만, 주와 같이 길을 걷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나의 꿈이 야망이 아니기를,
배이화, 목숨 걸만한 일을 만나길 기도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사람을 닮으려고 은연중 노력한다. 그러다가 닮아간다.

스무드 재즈를 즐겨듣던 그녀가 최근 강한 비트의 투팍이나 퍼기의 음악에 열중하는 건
실은 음악이 나오면 비트에 몸을 흔들지 않을 수 없는 배기팬츠 차림의 그에게 빠져있기 때문이다.

먹는 거 이외에는 지출이 별로 없던 그녀가 싸구려 장난감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천진한 웃음을 가진, 만나면 언제나 행복해지는 그 장난감광과 친해지고 싶어서이다.




나는 최근 가능한한 가장 간결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일에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가 내 인생에 다가와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모두 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다.


참 아름다운 방법이 아닌가

미국에서 돌아왔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24시간 어르신 부르심에 항시 대기해야 하다보니

재미가 있다거나 행복하지는 않더라구요.

(쇼핑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선물달라고 하시 마세욧)

너무 힘들었던 시간, 출근하여 친한 회사 동료들에게 잔뜩 응석을 부리고 생각해보니

이 여행이 그토록 나쁘기만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참 의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에서 쓸데없는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꿈은 무엇인지 좀 더 확고히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눈물로 밤을 지새면서

오랜만에 하나님께 찢긴 심령으로 예배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왜 좋은 점이 훨씬 많은데 나쁜 점만 토로했을까요. 부정쟁이.

이제부터는 저의 좋은 경험들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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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 한국전쟁 기념광장에서


not very happy though,
anyway i am learning and growing
I miss Seoul so badly.

it is not important where I am,
what really matters to me is whom I am with.

심포지엄 참가를 위해 스탠포드 대학교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참 큰 행운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 아름다운 스탠포드 대학 캠퍼스의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다. 구글에서 내가 받은 느낌과 가장 유사한 사진들을 검색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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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겨진 야자수들 - 따뜻해서가 아니라 옮겨심었다고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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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댕기는 학생들이 다 영특해보였다 -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마구 솟구침

회사에서는 보건분야의 빅가이들의 명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Unite for Sight'에서 개최하는 '전지구적 목표 달성을 위한 진보와 혁신 및 모범사례'라는 주제의 이 심포지엄을 일정에 넣었으나, 실제로는 석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나 NGO 실무진들이 각 교실에서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 강의식으로 전달하고 참가자들은 원하는 교실로 찾아가 듣는 소박한 방식이었다. 예상 밖의 형식의 심포지엄이었지만 나로서는 '돈 들여서 공부를 했다면 이들처럼 살아내야지' 하는 큰 깨달음을 얻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첫번째로 들은 강의는 U.C. Berkeley에서 박사과정 공부 중인 인도 유학생 컴퓨터 공학도 Sohesh Surana의 ' 인도 지방에서 WIFI 기술을 이용한 저가 장거리 안과진료 네트워크-Aravind 경험을 중심으로' 라는 주제였다.


기술적인 내용들은 잘 이해가 안갔지만 요점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시각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는 지역민들을 위하여 원격 진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이 박사과정 학생은 두 곳의 시골마을에 성공적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앞으로 5년 내에 12개소를 더 오픈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준비한 슬라이드에서 치료받은 노인들의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두번째 들은 강의는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어려보이는, 말쑥하고 수줍어 보이는 Daniel Zoughbie의 강의였다. 옥스포드 연구석사로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 프로필이 독특하다. 가난한 지역의 질병 등 보건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Global Micro-Clinic Project라는 단체의 창단자이자 대표인 것. 스물 세살에 이 단체를 세웠다고 한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가자지구의 보건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글씨 하나 없이 사진들로만 이루어졌으나 명확히 메세지가 전달되는 감성적인 프리젠테이션이 인상적이었다.


그간 나는 왜 공부를 하였던가. 그냥 주변인들이 가니까, 아무런 목표의식 없이 따라간 건 아니었을까. 왜 유학을 꿈꾸었던가. 프로필 잘 쌓아서 보다 pay좋은 직장에서 사회적 위치를 인정받으며 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이런 질문에 나는 떳떳하게 '그렇지 않아!'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부끄럽게도.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보면서, 다음에 공부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 역시 사람을 살리는 일에 주력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상을 꿈꾸고 현실생활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 밤새 고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배워서 제대로 남줘야지.

4/12 ~ 23

미쿡으로 원장님 수행 출장 댕겨옵니다
미국은 처음이어요 ;;

다미 만나고
여행중인 소정이도 만나면 좋으련만


욕심부리지 말자
모든 이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할 수는 없다
땅따먹기에 한눈 팔지 말자, 그깟것

하늘을 보자.

하나님은
내게 누구를 만나게 하시고
어디를 가게 하실까
어떤 음성을 들려주실까

기대하자.
인도하심을

사람이 하는 것 같아도
다 하나님의 손이 주관하시잖아.








기대되네





뮤지컬 루나틱을 보러 가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백재현의 공연 후 맨트였다.


자기가 너무 힘들어서, 전유성한테 죽고 싶다고 했더니 전유성 왈,
"그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봐라. 우습지"
라고 했다는 것.


참으로 차가우면서도
지혜로운 말이 아닌가.


회사에서 어떤 아저씨가 시설 사용 문제로, 자기 잘못을 갖고 나한테 객기를 부려서 살짝 짜증났다가
백재현의 말이 생각이 나서 이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보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재수없는 날에 겪는 하나의 에피소드 수준이라 생각하니
"에이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할만한 일이었다.


내게 일어난 일이 천지가 요동칠 대단할 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남에게 일어난 일을 내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하나의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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