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저녁 반찬이 궁금하여 집에 전화하니 아무도 없다.
아빠한테 전화하니 나보다 한 정거장 전이네. '아우 배고파'를 외치며 집에 들어서서는, 아빠는 밥을 짓고 나는 김치찌개를 끓였다. 시장을 반찬 삼아 아빠와 나는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니 엄마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어? 참 착하고 똑똑해."
"근데 아빠는 왜 그렇게 속을 썩였어?"
"아빠가 노래를 잘해서 그랬지 흐흐"
"그럼 노래 잘하는 거 별로 안좋은거네?"
"그렇지..."


우리 아빠는 24살 때 아빠가 되었다. 가수가 되겠다고 잠시동안 온 가족 속을 썩이셨단다. 지금도 "아빠, 노래 한곡만 해줘바바" 부탁할라치면, 그 즉시 나훈아 보다 백배 잘 부르는 구성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생각해보면 참 어린 나이, 방황할 법도 한 때인데
어린 나는 참 오랫동안 아빠를 원망했었다.



예전에는 점잖아뵈고 온화한 웃음을 띤 다른 애들의 아빠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울고, 잘 웃고, 뭐든 잘 드시고, 드르렁 드르렁 잘 주무시고, 설운도, 나훈아 다 합친 것보다 노래 더 잘 하고, 맨날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하시는 우리 아빠가 우주 최고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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