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기점으로 21개월, 미운 세살 제대로 발현. 재우는 데 한 시간 걸렸다. 예전엔 포기도 빨랐던 녀석이 '그네, 그네' 하면서 한 시간을 보채네. 우리 천사 상준이 어디갔니. ㅠㅠ 둘째는 어찌 낳아 키울겐가.
아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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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다른 미션을 맞닥뜨리는 기분으로 사는 것도 영원하진 않겠다. 오늘의 좌절과 눈물도 언제 그랬던가 싶은 날이 오긴 올거다. 하긴 한달도 채 안된 시점의 고민이 이미 날아갔네. 그걸 생각하며 위로 받는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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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맘때 감기란 당연한 손님이지만, 아기 키우고 몸 무거우니 마음까지 칙칙해지는구나.

힘내자.
상준이도 콧물 흘리지만 저리도 밝게 뛰어놀잖니. 물론 안아달라 떼쓰며 우는 것도 열심히 한다만. 언젠간 지나갈 시간. 훗날 제 아빠보다 덩치 큰, 밝고 바른 장정 둘의 모습을 그려본다. 인생에서 제일 빛나는 열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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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엄마도 아이에게 한 말을 가슴아파 하며 반성하는 걸 보니 새삼 내가 빼도박도 못하는 육아의 길에 들어서 있구나 싶다. 자책과 반성이라는 괴로운 일이 가까운 시일 내에 곧 끝나리라 생각했던게지.
동생 생기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 받아서 밥 잘 먹다가 게워내는가 싶어 종일 애써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많이 웃고 덜 울게 해줬는데, 게다가 열흘 만에 그리운 아빠가 출장갔다 돌아왔는데, 잘 자던 녀석이 잠들 때 진상을 부리고 조금 있다가 또 깨어 개진상 어게인 ㅠㅠ 애도 울고 나도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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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감사한 건 때리는 것이 확실히 줄었다는 것. 근 이틀 엄청난 수다쟁이가 되었는데, 말로 표현할 줄 알다보니 덜 답답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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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부리는 아이를 보며 고집스레 증오란 감정을 키운 오늘의 나를 보았다. 육아는 곧 기도. 주님께 내 문제를 다시 가지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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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싸겠다는 의사표현을 하고 변기에 앉아 (다소 빗나가긴 했지만 윽)최초로 똥을 쌌다. 너무 예뻐서 똥 사진 찍어놓고 출장간 남편에게까지 보냈다. 장성한 남자가 되어서 엄마 왜 이리 주책바가지냐고 소리를 한다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게 지금, 아니 내 인생의 최대행복. 이쁜 내시끼 똥.

하지만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내 눈에나 예쁜 거겠지요. 그리고 언젠간 장가도 갈테니까요 ㅎㅎ

하교하는 여자아이들을 보노라면 다른 엄마들과 달리 머리를 예쁘게 땋을 줄을 모르던 (또는 아침에 머리를 땋아줄 여유가 없었던) 엄마에게 엄청난 불만을 가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땋는 건 고사하고 머릿니가 바글바글 했었지 ㅎㅎ 그 무렵엔 꾸밈이 권력이었던 것 같다. 나로서는 인생이 제일 힘들었던 게 대략 10살 전후였던 듯. 딸 갖는 게 막연히 두려운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고. 근데 생각해보면 그 무렵 엄마 인생이 가장 고단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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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보며 프랑스 여자의 섬세함이란 것은 두려울 정도라는 생각을 했다. 예전 프랑스에서 유학한 남자 선배가 프랑스 여자와의 연애담을 들려주며 정말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는 말이 기억에 쏙 박혔더랬지. 그래도 그런 섬세함이 아름답고 존중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 곳에서 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아마 겉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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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 많은 사람이 다 싫은 건 아니다. 그러나 말 많은 사람치고 걱정 근심 안 달고 사는 사람 없고, 말로 인한 사고 안치는 사람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좋아하는 모임에 수다스런 분이 한 분 오셨다. 지나치게 소소한, 반복되는, 걱정 가득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괴로운 나는 늘 그렇듯 그 순간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출장 보냈고... 이윽고 모임에서 겉돌기 시작했다. 다른 엄마들은 잘도 있는데, 이 놈의 성질 머리.

 

한 20년 전부터 남미 토속음악가들이 지하철이나 행사장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남미 음악에 환장하는데, 어찌보면 중딩 때 처음 본 그들의 연주가 충격적일 정도로 좋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지친 퇴근 길에도 지하철 환승역에서 그들의 연주하는 el condor passa, 베싸메무쵸에서 sway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지켜보길 여러번이었다.

외출이 힘든 육아시기, 지지난 주말엔 큰 맘 먹고 남편과 아기를 데리고 용산역 쇼핑몰에 갔는데, 이번엔 멕시코에서 온 연주자들이 흥을 쏟아내고 있는게 아닌가. 억울하게도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세계적 백인 연주자 이상의 수준이었다. 들썩들썩 움직이고 싶은데,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은 약간 광인의 포스를 풍기는 노숙자들이 전부라 그냥 속으로 삭였다.

...인생 짧은데 뭘 그리 참아야 하나 싶다. 흥이 나면 움직이고 맘껏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쿠바의 골목에서 할아버지의 연주에 맞춰 자유롭게 춤추고 싶다는 소원은 사실 너무 가식적이다. 여기,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날 위해 날아와준 음악선물이 있는데. 좀 더 어린 아이 처럼 되고 싶다. 남 눈치 보고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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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에서 그의 강연을 듣기 전까진 부끄럽게도 오종철을 아침 방송 리포터나 하는 전직 개그맨으로 생각했다.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맨만 성공한 개그맨으로 비춰지는 시선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규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서 아픈 아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사람이 되었다. 주인공이 되려하지 말고 주인이 되라. 설겆이 하다가 눈시울이 또 뜨거워졌다. 내 삶에 주신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그것을 위해 바지런히 살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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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금 - 인생의 가장 찬란한 날들이다. 우주 최고의 남자가 곁에 있고, 그의 귀한 아들이 내 아들이다. 삶 가운데 최고로 귀여운 모습을 대방출 중이다. 마을 아이들이 내가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고 엄마한테 에어콘 사용을 자제하라고 잔소리를 한다. 아들은 잠들면서 곰곰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졸라댄다. 누군가로부터 주입된, 세상의 시각으로 멋진 꿈을 이루는 것보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 특히 아이들이, 그리고 내 아이가 오랜 시간에 걸친 내 삶을 통해 변화한다면 그걸로 됐다. 흔히 보이는 유모차 미는 배불뚝이 아줌마지만 가슴 속에는 빛이 활활 타오른다. 빛이 꺼지지 않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 노래를 만들자. 아이들과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고 웃어주자. 내 연주를 들려주자. 설겆이하며 기도를 하자. 상준이와의 오늘 하루를 지구 마지막 날인양 소중히 살자.

  

 

기본적으로 고집이 세지 않아서 다루기 쉬웠던 아이, 때리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나를!  달래고 얼러도 안듣길래 아주 큰 목소리로 '이놈!' 꾸짖기도 하고 손을 찰싹 때리기도 했는데 그 순간 마저도 멈추지를 않는다.

육아 선배들한테 물어보니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훈육을 하기 보단 순간 순간 관심을 전환 시켜보라고 한다. 사실 또래 아이들이 서로서로 때리는 건 다반사인데, 손도 맵고 덩치도 커단 녀석이 몸무게가 자기의 2/3밖에 안나가는 여자아이를 정조준하여 때리거나 대포알 박치기를 할 땐 걔네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에 죽을 맛.

동생봐서 그런다는데, 더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줘야겠다. 난 진짜 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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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던 완두콩은 갑자기 뱉어버리고, 늘 뱉어버리던 고기들은 어느새 잘 먹기 시작했다. 외할머니가 해주신 소고기 장조림에 무섭게 꽃혀서 와구와구. 살은 뽀동해져서 부리부리했던 눈이 왠지 작아지는 기분. 안씹고 막 삼켜서 토하는 일이 잦아 걱정했는데, 다른 잘먹는 아가 엄마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생선에 환장하는데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두 돌 지나면 다시 먹여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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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엔 체력이 급 저하되어 아들의 매운 손에 찰싹 맞고 우울해져버렸다. 멍하니 가만 있다가 "너 누구 닮아서 이러니?" 물었는데 이놈이 "엄마~ 닮았네~~" 하는거 아닌가. 빵 터져서 뽀뽀해줬다. 요즘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송아지 송아지'다. 그리고 진짜 엄마 닮아서 그러는 거다. 못된 엄마 말고 온유한 아빠 닮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ㅎㅎ

포도, 자두 같은 신 과일을 좋아하고 초록색을 좋아해서 그 크레파스가 없어지면 울음을 터뜨린다. 잠옷도 '초록색 바지!!' 를 찾고 이를 안닦으려고 하면 "초록색 칫솔 줄까?" 하면 어김없이 뒤돌아 칫솔을 받으러 달려온다. 우동을 좋아한다. 날 닮은 모습이 신기하고 예쁘다.    

어머, 아들 둘 어떻게 키워요

상준이가 이미 동생이 온 줄 알고 투정이 늘은게 아닐까요. 혹시 엄마의 근심이 반영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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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의 걱정까지 해주는 사람들은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 인정. 근데 자꾸 말로 걱정을 표출하다보면 그게 현실화 된다는 거, 아직 경험상 알지 못하는건가.

이미 생긴 애를 어쩌라고!!!!! 상준이는 상준이 몫의 어려움을, 탱고는 나름의 괴로움을 뚫고 나가야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내 걱정은 사양한다. 행여 내가 근심하는 것으로 보였다면, 그건 배가 고파서 멍해진 표정을 보고 오해한 게 틀림없다.

올려줄 월세가 없어 담 달에는 바깥에 내몰리게 된 상황에도 오늘은 맛있는 음식을 진탕 먹고 웃어버리는 가풍을 이어 받음에 감사한다. 끼니를 거른 적은 있어도 실제 바깥에 내몰린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 딱히 예수를 잘 믿어서 그런것도 아녔던 것 같다. 독실하다 하는 기독교인들이 걱정 근심 속에 파묻혀 사는 게 진짜 이상한거다. 예수님이 걱정하지 말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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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는 내 인생의 영화 중 하나.

아빠는 유태인 포로 수용소의 암울한 상황도 아들에게 게임으로 설명하고 끝내 아들의 생명 뿐 아니라 동심까지도 지켜낸다.

자식을 낳으면 꼭 저렇게 키우리라 다짐했다. 불안을 물려주지는 않겠다는 것.

 

 

상준이랑 탱고는 패기 있고 즐거운 아이면 좋겠다. 그렇게 키울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세요.

아이가 깨어 두 시간 남짓 칭얼대며 뒹굴거렸다. 다시 규칙적인 숨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며 짜증을 잠재운다. 잠 못드는 밤은 기도를 위한 것이 아니던가.
병마와 싸우는 이를 위해, 자기 자리에서 제각기의 문제로 고투하는 친구들을 위해, 치졸함과 교만으로 가득찬 못된 자아가 두 생명을 키워낼 때 다만 악에서 구해달라고 눈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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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잠꼬대로 아앙 울기도 하고 킥킥 웃기도 한다. 좀 전 잠든 녀석, 이 번엔 노래하듯 길게 소리를 아아--내지른다. 도대체 무슨 꿈을 꾸길래.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피곤한 엄마는 아랑곳 않고 방을 나가자고 재촉한다. 자동차 친구들이 밤새 잘 있었는지, 창밖에 경비 아저씨가 멋진 도구로 비질은 잘 하고 계신지 체크하는 등, 하고픈 일이 너무 많아 침대에 있는 시간이 아까운 모양이다. 아, 엄마는 수면주기를 또 놓친데다, 뱃 속 녀석은 요동을 치고. 어서 자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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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먹어 생일 축하받는 것, 쑥쓰러워 하다 못해 괴로워 하는 폐쇄적 성격 파탄자도 맘 편히 축하받았던 동네친구들과의 지난 생일 파티. 민망스럽지만 꼭 기록해놔야겠다 싶다.

 뭐 먹고 싶냐는 말에, 농담으로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오향장육이라고 했더니, 진짜 만들어왔다. -_- 난생처음 맛본 오향장육, 진짜 맛있었다. 신혼살림 아직도 마련 못해서 브루스타로 밤새 보글보글 끓여 만들었다는 것이 감동 포인트. 너무 고마워서 싹 다 흡입했다.

초딩처럼 막 좋아한다 헤헤

 

그날의 셰프. 8월의 신부. 완전 자격 있어!

 

초록 리본 단 최고의 선물들.

 

 

 야근하는 남편 돌아올 때까지, 왁자지껄 해줘서 고맙고. 성격 파탄자의 변함없는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

막상 얘네들은 블로그 안들어온다는 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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