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르면 따라 부른다. 랄라-라 같이 노래부를 때의 그 기분이란.

늘 식판은 깨끗하게 비우지만 잠시 주춤했던 입맛은 다시 돌아왔다. 잘 먹어줘서 고맙다.

-

'엄마가 행복한 육아'란 책을 읽고 아이 반찬 마련에 크게 집착 안하기로. 우리 나라 사람들은 특히 음식에 집착이 심해서 애기 한테도 오첩 반상을 차려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단다. 것도, 메뉴를 계속 바꿔가며. 아닌척 했지만 음식에 한 집착하는 내게도 은근 그 압박이 있었던 듯. 도대체 식판에 구멍은 왜 그리 많은거냐 ㅋㅋ  영양소 불균형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냥 잘 먹는거 계속 주면 된다. 다행히 점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나고 있다. 상준이는 소고기를 안좋아하는데, 냅두자. 나중에 먹지 말래도 먹을텐데.ㅎ

이 시기 육아의 상당 부분은 '기다려주기'가 관건인 것 같다. 땡볕 아래 산책도 느긋하게. 후딱 먹고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도 누르고 식탁 앞에서도 느긋하게. 나물류를 하나 하나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색감과 촉감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도록 하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아들보다 잘생긴 남자가 없어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좋아하던 공유도 하찮아지다니. 그러나 탑과는 동급인걸로. 아 둘째도 기대된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모교라고도 부르고 싶지 않은 고교, 사립학교라 온갖 비리가 많았다. 몇몇 교사들의 자질도 눈에 띄게 엉망이었다. 3학년 담임은 부잣집 애들을 대놓고 편애하고, 학부형 모임에서 대놓고 돈을 요구하며, 학원으로, 현직 선생 개인과외로 연결시켜주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도 당당했다. 이게 다 너네 잘되라고 하는거라고.  

머리가 굵을대로 굵었으나 아직 어린애인 우리들에게 이건 껄끄러운 이슈였다. 선생님의 편애를 즐기는 애도 우리의 친구였고, 나같은 반골도 소수지만 더러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도 두 패로 갈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은근한 암시로 서로를 까는데, 애들은 찰떡 같이 알아들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면 웅성웅성 떠들었다. 

"우리 담임이 학원이랑 선생과외 브로커 하는 거, 잘못된 거 아냐? 아까 수학샘이 그거 얘기한 거 맞지?"

"야, 수학샘은 전에 더 한 짓도 했대더라. 돈을 얼마나 받아 쳐 먹었는지..."

현재 겪고 있는 팩트를 중심으로 말해도, 대다수인 담임 옹호파는 '카더라' 하면서 말을 막았다. 사실 확인을 할 수 없으니 그런 말엔 딱히 반격을 할 수 없었다. 

사실 담임옹호파가 모두 담임의 팬은 아녔다. 그는 고약한 성미를 가진 능글맞은 사람이었고 아이들에게 매와 언어로 자주 겁을 주었다. 그러나 시험 쳐서 특목고까지 온 애들한테는 대학가는 게 제일 중요한 이슈였고, 축제에 '生先이 썩는다'는 시를 게시해서 학주한테 머리깎이고 며칠을 쳐 맞은 어떤 난 놈 처럼 구는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하루하루 사는게 아픈 나날이었다. 그냥 잊고 살면 된다는데, 정말 불편했다. 담임 말에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이는 바보같은 내가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

국정원 선거개입 부정선거가 이슈가 되자 뜬금없이 '노무현이 그랬다카더라' 하며 NLL을 띄운다. 그리고 국정원이 국가문서를 까발리는 초유의 사태. 정부는 더 해서 'NLL 포기 맞다'며 맞장구. 다들 난독증인거냐, 아님 국익은 아무 관심없는거냐. 그들, 지 밥그릇 챙기는 건 전공이었지. 하기야 전두환 보면 역사의 심판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것 같다. 돈만 챙기면 되는거. 그래서 이명박이 그 난리부르스를 땡긴게지. 

-

거 참 조*치 생겼네. 지 어미처럼... 저 년도 커서 빨갱이 될 꺼 아님???

운동권애들한테 조낸 대주구... 나 같음 줘도 안먹겠지만

대선때부터 이슈였던, 박근혜가 여성 인권 운운하며 보호한 국정원 여직원. 그 아이디, '좌익효수'가 팟캐스트 방송 운영자 망치부인의 열한살 딸 사진이 나온 게시물에 단 댓글이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아 한 짓이란다. 진짜 빨갱이 때려잡을 목적으로 했다 해도 너무 저급하고 역효과다. 망치부인은 국회앞, KBS 앞에서 자신의 머리를 잘랐으나, 어느 메인 방송에도 이 내용은 나가지 않았다. 앞으론 더한 짓도 하겠다고 울부짖는 그녀를 보며 나도 울었다. 방송에 안나가는게 이뿐이던가. 촛불집회 만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도 뉴스에 안나간다. 이명박 때보다 더 하다. 역시 유신공주. 아픈 세월은 계속되는구나. 하나님 보고 계시지요.

 

 

 

한 무더기 비름나물, 많은 줄 알았더니 재차 씻고 데쳐 꼭 짜서 무쳐놓으니 허무하게도 작은 글라스락에 쏙 들어가는구나. 엄마 입엔 맛있는데, 너도 좋아할까?


itistory-photo-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상준이가 잠든 후 저녁 설겆이를 한다. 

결혼전엔 집안일엔 손하나 까딱 안했다. 지가 입던 옷도 허물벗듯 척척 벗어 치우지도 않던 나였거늘. 엄마의 잔소리는 잔소리였을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매일 같은 시간에 매끼에 먹은 설겆이를 재깍 재깍 한다. 그 뿐인가, 틈만 나면 청소기를 돌리다니! 게으름의 여왕. 내가!!

신기한 건 반복되는 일상인데 지루하지 않다. 아까 상준이가 어떤 반찬을 좋아하며 잘 먹었는지 생각하며 웃고, 물컵을 깨끗이 씻으며 내일 물을 찾을 아이를 상상한다. 그리고 이내 사랑으로 가득찬 경건한 마음이 생긴다. 몸은 무거운데 마음은 가볍다.

아이를 키운다는게 이런건가 싶다. 모든 사람이 아이를 낳고 키워야 된다는 건 너무 억지스럽다만, 적어도 내겐 인생에 없어선 안될 최고의 경험이다. 매일 설겆이하며, 청소기 돌리며, 아기와 산책하며, 재우며  나의 죄를 고하고, 도우심을 구하고, 더 좋은 방향을 생각한다.  

 

동갑내기 이효리가 이상순이랑 결혼한단다.

이상순은 틀림없이 좋은 남자다. 나의 좋은 남자 촉이 그걸 말해주고 있어!... 라기 보단, 요즘 이효리 곡이 맞춤옷처럼 그녀에게 딱 좋다. 댄스곡인데 어쿠스틱한 느낌. 엉덩이나 들이밀고 전자음으로 눈과 귀를 피곤하게 하는 어린 여자애들과 완전 차별화된 세련된 컨셉이다. 그간 표절 논란 등 분분했는데, 이 얼마나 참신하고 보기 좋은지! 그 뒤에 알티스트 이상순이 있었다고 확신어린 추측을 해본다. 이게 비단 노래에만 적용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요즘 정말 빛나지 않나, 이효리?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늘 거기 있어주는 사람이 주는 힘이란.

내 잘 안다.

고마워 여보.

.. 그리고 이효리, 잘 살아라.  

며칠 전 만해도 상준이는 그림 그리기, 아니 자동차 그리기에 너무 집중했다. 자동차 수십대를 그리다 지쳐 스케치북을 숨기기에 이르렀고, 자동차를 그리느니 땡볕에 나가는게 덜 고생스러워서 '나가자'하고 유인하곤 했다.

그런데 한 이틀 전부터 '음머어'소리를 내며 소 그림을 찾는다. 소 그림 페이지에 구석구석 나온 그림들도 설명해줘야 한다. 자기 직전에도 '음머어'를 찾아서 곤혹스럽기도 했다.

아기는 날이 갈수록 통통해서 또 한번 얼굴이 변했다. 많은 단어를 얘기하고 싫다는 표현도 하기 시작했다. 그깟 그림, 음머 많이 그려주고 보여줘야지. 이 때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

존경하던 목사님의 고지식한 생각에 많이 실망하는 요즘이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분이 어떻게 난이도 '하'의 중차대한 사회 이슈에 대해 '난 모른다'며 이성적 판단의 끈을 아무렇지도 않게 놓아버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비슷한 분들이 많이 계신 다는 걸 기억했다. 그리고 이런 걸 '세대차'라고 하는구나 새삼 느꼈다. 그냥 그 분들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연세 지긋해도 유연하고 쿨한데다 이슈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박원순, 노회찬 같은 사람.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젊은 사람보다 훨씬 센스가 넘쳐서 받아치는 것도 빵 터지게 웃기다.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고 매력이 넘친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나이와 관계없는 유연한 사고와 겸손한 태도인 것 같다. 외국인 중에 그런 류가 더 많은 까닭은 유교적 위계질서같은 것이 깔려 있지 않은 것 같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세대랑도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사람 되고 싶다. 아, 중년이 코앞으로 다가온건가.  

순하던 녀석이 슬 고집부리며 떼를 쓴다. 엄마를 때리기도 하고. 동생 보면 그렇다더니. 15분이면 잠드는데 한시간을 울어 제꼈다. 홧김에 밀치듯 눕히고 엄한 목소리로 말한 것이 역효과가 난듯 하다. 평소랑 달리 할머니에게 네 시간이나 맡기고 결혼식을 다녀온 탓에 리듬이 깨져서 일수도 있겠고.
탱고의 태동이 많이 늘었다. 이 엄마는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다혈질 엄마의 실수를 상준아 용서해주렴.



엄마 닮은 신맛 매니아 아들, 레몬 먹는 중. 성격은 아빠 닮아라 ㅠ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심술궂은 할아버지의 자전거에 뒷꿈치가 찍혀 한동안 언짢았다가, 선물같은 마을 공동체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괜찮아졌다. 상준이가 웃어주니 다시 천국이 돌아왔다.
복수심에 늘 불타는 나, 곱게 늙으려면 어두운 생각을 붙잡는 버릇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할아버지 뒷통수에 대고 넘어져라 저주를 내리다가 그들은 그들의 벌을 받을 것이라는 것, 아니, 이미 벌을 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닿았다. 천국이 곁에 누워 쌕쌕 거리고 있는 밤이다. 오늘도 나쁜 년 생각 고만하고 털어버리기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itistory-photo-1

여름저녁의 산책

itistory-photo-2

엄마가 해준게 제일 맛있어! 란 말이 들리는 듯 하다


'여자라서 행복해요'란 말은 개소리라 생각했다. 인간으로서 행복한 적은 많았으나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여자이기에 행복하다 느낀 적은 없었다. 전혀 가부장적이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것은 감사한 일이나, 그 이후 준비 안된 상태에서 맞닥뜨린 세상은 이해도 안가고 살기 참 빡센 곳이었다. 지금도 딱히 사회 부적응자 수준을 벗어난 건 아니다.  군대 안가서 행복해요, 했어야 하나? 이건 행복이라기보단 안도겠지.
그랬던 내가 요즘 여자라서 행복하다. 부른 배로 땡볕에 유모차를 밀면서 땀을 비오듯 흘려도 아들의 예쁜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솟구친다. '엄마'하며 매달리는 녀석의 달콤한 집착이 참 좋다. 매일 밤 잠든 얼굴을 보며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도 참 좋다. 우주 최고의 남자 이재우랑 연애할 때보다 훨씬 좋다. 신혼여행으로 유럽 럭셔리 크루즈 여행을 한다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친구가 전혀 부럽지않다.  엄마 되기. 고마워 이상준. 너랑 함께 하는 지금 이순간, 매일 매일이 완벽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