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하는 여자아이들을 보노라면 다른 엄마들과 달리 머리를 예쁘게 땋을 줄을 모르던 (또는 아침에 머리를 땋아줄 여유가 없었던) 엄마에게 엄청난 불만을 가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땋는 건 고사하고 머릿니가 바글바글 했었지 ㅎㅎ 그 무렵엔 꾸밈이 권력이었던 것 같다. 나로서는 인생이 제일 힘들었던 게 대략 10살 전후였던 듯. 딸 갖는 게 막연히 두려운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고. 근데 생각해보면 그 무렵 엄마 인생이 가장 고단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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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보며 프랑스 여자의 섬세함이란 것은 두려울 정도라는 생각을 했다. 예전 프랑스에서 유학한 남자 선배가 프랑스 여자와의 연애담을 들려주며 정말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는 말이 기억에 쏙 박혔더랬지. 그래도 그런 섬세함이 아름답고 존중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 곳에서 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아마 겉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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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 많은 사람이 다 싫은 건 아니다. 그러나 말 많은 사람치고 걱정 근심 안 달고 사는 사람 없고, 말로 인한 사고 안치는 사람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좋아하는 모임에 수다스런 분이 한 분 오셨다. 지나치게 소소한, 반복되는, 걱정 가득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괴로운 나는 늘 그렇듯 그 순간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출장 보냈고... 이윽고 모임에서 겉돌기 시작했다. 다른 엄마들은 잘도 있는데, 이 놈의 성질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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