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년 전부터 남미 토속음악가들이 지하철이나 행사장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남미 음악에 환장하는데, 어찌보면 중딩 때 처음 본 그들의 연주가 충격적일 정도로 좋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지친 퇴근 길에도 지하철 환승역에서 그들의 연주하는 el condor passa, 베싸메무쵸에서 sway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지켜보길 여러번이었다.

외출이 힘든 육아시기, 지지난 주말엔 큰 맘 먹고 남편과 아기를 데리고 용산역 쇼핑몰에 갔는데, 이번엔 멕시코에서 온 연주자들이 흥을 쏟아내고 있는게 아닌가. 억울하게도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세계적 백인 연주자 이상의 수준이었다. 들썩들썩 움직이고 싶은데,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은 약간 광인의 포스를 풍기는 노숙자들이 전부라 그냥 속으로 삭였다.

...인생 짧은데 뭘 그리 참아야 하나 싶다. 흥이 나면 움직이고 맘껏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쿠바의 골목에서 할아버지의 연주에 맞춰 자유롭게 춤추고 싶다는 소원은 사실 너무 가식적이다. 여기,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날 위해 날아와준 음악선물이 있는데. 좀 더 어린 아이 처럼 되고 싶다. 남 눈치 보고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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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에서 그의 강연을 듣기 전까진 부끄럽게도 오종철을 아침 방송 리포터나 하는 전직 개그맨으로 생각했다.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맨만 성공한 개그맨으로 비춰지는 시선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규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서 아픈 아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사람이 되었다. 주인공이 되려하지 말고 주인이 되라. 설겆이 하다가 눈시울이 또 뜨거워졌다. 내 삶에 주신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그것을 위해 바지런히 살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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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금 - 인생의 가장 찬란한 날들이다. 우주 최고의 남자가 곁에 있고, 그의 귀한 아들이 내 아들이다. 삶 가운데 최고로 귀여운 모습을 대방출 중이다. 마을 아이들이 내가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고 엄마한테 에어콘 사용을 자제하라고 잔소리를 한다. 아들은 잠들면서 곰곰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졸라댄다. 누군가로부터 주입된, 세상의 시각으로 멋진 꿈을 이루는 것보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 특히 아이들이, 그리고 내 아이가 오랜 시간에 걸친 내 삶을 통해 변화한다면 그걸로 됐다. 흔히 보이는 유모차 미는 배불뚝이 아줌마지만 가슴 속에는 빛이 활활 타오른다. 빛이 꺼지지 않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 노래를 만들자. 아이들과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고 웃어주자. 내 연주를 들려주자. 설겆이하며 기도를 하자. 상준이와의 오늘 하루를 지구 마지막 날인양 소중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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