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정도 새벽 5시대에 기상하는 것을 늦춰보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좀처럼 되지 않았다. 어느 시간에 잠들던 5시가 되면 눈이 반짝 떠지는 모양이다. 배고파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말에 잔뜩 먹여도 보았는데, 그런 경우엔 똥싸면서 일어나더라. ㅎ 아마 더 시간이 필요한 모양.
포털에 '아기가 너무 일찍 일어나요'로 검색하니 같은 일을 겪는 엄마들이 많았다. 댓글 읽다가 뭔가 위로가 되는 경험담이 있네. 늘 일찍 일어나는 아기가 지금 열살 초등학생이 되었는데, 아침에 학교가기 위해 기상하는 걸로 싸우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초등학생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요술공주 판타지 이야기를 쓰고, 중학생 때는 소음페달 밟아 피아노를 치고, 더 어릴 적엔 단칸방 세집 건너에까지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나네. 다른 건 몰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걸로 엄마랑 싸운 적은 없는 것 같다. 아침 꼬박꼬박 챙겨먹고. ㅎㅎ

이상준, 기대해보겠다. 나중에 돌변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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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사진을 찾아와서 피아노 위에, 부엌 벽에 하나씩 걸어두었다. 상준이는 그게 자꾸 신경이 쓰이는지 손가락질하며 "어, 아, 어" 한다. "응, 아빠랑 엄마랑 상준이랑 거기 있지요?" 식으로 반응해 주는데, 어쩌다 반응해주지 않으면 '그게 아니라고요!' 라는 식으로 막 인상을 찌푸리며 그 상황을 말 해 줄 때까지 썽을 낸다. 아이를 들어올려 사진을 가까이 보여주고 손가락으로 짚어 "아빠, 엄마, 상준이" 얘기해주면 몇 번이고 즐거워 한다. 자기도 말 못하니 얼마나 답답할꼬. 답답하면 어서 말해라 상준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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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기저귀를 갈 때마다 상준이한테 가져오라고 시키고 있다. "상준아, 기저귀 가져오세요." 하면 빙긋 웃는데 미칠 것 같다. '내가 무려 엄마를 위해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요!' 라는 것 같다. 가져오면 로또 당첨된 마냥 소리지르며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일까.

기저귀 갖고 오라니 갖고 온다. 처음으로 심부름을 했네 - 너무 행복해서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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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같은 것을 잡고 섰다가 두 손을 떼고 '엄마 나 좀 보세요' 하듯 하늘로 치켜들도 웃는다. 플라스틱 말 타다가도 두 손 떼고 봐줄 때까지 '응?응?' 소리를 낸다. 너무 귀엽고 웃겨서 웃음보가 팡팡 터진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 안찌던 아가, 호박고구마 많이 먹어서 볼이 조금 더 통통해졌다.

내는 소리가 훨씬 많아졌다. 억양을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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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하나를 밀어줘도 드라마틱하게 해주는 것을 훨씬 좋아하고, 그나마도 다양한 톤과 몸짓으로 밀어주길 바라는 아이를 보며, 사람들이 왜 공연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 덕분에 표정이 두 가지밖에 없고 레파토리가 딸리는 아빠는 곤혹스럽다 ㅎㅎ 지금은 다양한 표정과 반응을 보여준다만, 나중엔 자기 아빠 따라가려나. 어쩌든지 다 좋을 것 같다. 똥마저 잘생긴 내 완벽남

듣다가 눈물 팡 터져버린. 가사 찾아보고 엉엉

 

Mama, how do I begin
To explain this situation we're in?
Angels heard the beautiful words that you prayed
And showed me the way to you

And they knew you were in love
So they sent me down from heaven above
Angels cried and kissed me goodbye, I was long gone
This is my song to you

Oh, my song could never be
As sweet as the song you sing to me
Oh, my love could never be
As deep as the love you give to me

When your fingers touch my skin
And you kiss my lips and tickle my chin
I breathe you in, oh Mama, I'm where I belong
This is my song to you

Oh, my song could never be
As sweet as the song you sing to me
Oh, my love could never be
As deep as the love you give to me

Oh, one day I will be grown
And I know, I'll have a child on my own
Remember me this way, 'cause some day
I'll be long gone, singing my song to you

Oh, my song could never be
As sweet as the song you sing to me
Oh, my love could never be
As deep as the love you give to me

 

 

 

처음으로 5초 정도 혼자 서 있었다. 엄마랑 아빠가 와 계셨을 때 업 돼가지고 한 모양인데, 하마트면 그 장면을 놓칠 뻔 했다. 아주 환희에 차서 난리. 머리 작은 아이들은 벌써 걷는 애들도 있더라만, 우리 아기는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ㅎㅎ

며칠 전부터 또닥이거나 자장가를 부르지 않아도 자더니, 이제는 옆에 있지 않아도 10분 정도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혼자 잠든다. 오히려 옆에 가서 자세 잡아주면 짜증스러워 함.

호박고구마를 너무 좋아해서 배 터지게 먹은 다음에도 호박 고구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아' 한다. 그냥 정리하려고 하면 울어버려서 꼭 몇 숟갈 떠 먹여줘야 한다. 일주일 전에 시킨 고구마, 친구부부에게 몇 개 싸주고 두번 구워서 먹었을 뿐인데, 동이 났네. 두 박스 더 주문했다. 사실, 다 먹어 치운 건 나 ㅋㅋ 끼니 대신 따뜻한 우유랑 먹는데, 고구마라떼가 따로 없다. 진짜 초초초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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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TV장을 올라 TV뒤로 들어가버리는 것에 대해 '안돼!' 강하게 말해서 바로 잡을까 하다가, 세바시에서 편해문씨의 강의를 듣고 차라리 TV를 치우는 게 낫겠다 싶다. 쟤는 지금 한참 오르고 싶은데 그깟 TV가 뭐라고.

유튜브에는 없지만 세바시 222회, 최윤정 아동문학평론가의 강의도 인상깊었다. 좋은 책 한권을 15분만에 읽는 기분이랄까. 생활에 꼭 적용해서 아직 어린 이상준, 잘 관찰하고 이해하고 싶다. 덜 후회하며 키우고 싶다.

 

 

 

 

처음으로 서로에게 패스하며 공놀이 다운 공놀이를 했다. 아기는 안락의자 위에서, 나는 바닥에서. 아주 꺄르륵 웃고 난리 났음

오카리나를 불어주니 자기도 입가에는 가져가는데 불지 못한다. 근데 울 엄마가 손에다가 바람을 푹 불어주고 '이렇게 하는거야' 하니 곧바로 휘이 소리를 내는게 아닌가! 사실 상준이의 성장 포인트(잼잼, 짚고 일어서기 등등)를 캐치한 건 할머니인 적이 많았다. 온갖 목소리로 웃긴 소리를 내주고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할머니랑 있으면 칭얼대지도 않고 내내 꺄르륵 웃는다. 아기는 즐거울 때 쾌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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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일에 올인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겠다. 이것은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에 하나님이 숨겨두신 축복이다.

각종 육아서적들과 경험에서 비롯한 수면 교육의 핵심

1. 동일한 시간대에 먹이고, 놀게 하고, 재우기 - 순서엄수가 중요

2. 재울 때 젖물리거나, 안아서, 유모차에 태워서, 업어서 재우지 말고 눕혀 또닥또닥 재운다. 필요하면 공갈 젖꼭지 사용 (되도록 안하는게 좋지만) - 엄마가 밤에 잠 잘 수 있다!!

3. 아기 데리고 밖에 너무 나다니는 건 아기 스케줄 정착에 안좋아 - 그러나 엄마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고. 소셜 라이프보다 밤잠이 더 중요한 나 같은 사람만 참고 ㅎㅎ

4. 애가 잘 따르다가 어느날 진상 부린다고 멘붕하지 않기 - 이가 날 때, 자주 넘어진 날, 그리고 엄마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아기는 바뀔 수 있으니 정신줄 놓지 말자. 내일은 괜찮아진다.

 

생애 두 번째 감기를 맞은지 1주일 정도 되었다. 많이 앓았던 처음 감기와는 달리 너무나도 쌩쌩하고 오히려 더 잘 놀길래 괜찮나부다 했더니 복병은 가래와 함께 찾아왔다. 겔겔거리며 잠 못이루고 소화흡수 잘되는 모유까지 다 토해버리니 말이다. 검색해보니 어떤 아가들은 감기 걸리면 꼭 토를 한다고, 의사한테 물어보면 '원래 그렇다' 한다네. 안심해야 할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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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물을 살펴보니 귤(마이크로 싸이즈) 반 잘라서 준게 모양 그대로 있잖아!! 우물우물 하길래 씹어먹는 줄 알았다. 이 쟈식, 앞으론 뭐든 잘게 잘게 ㅠㅠ

내장기관 만큼은 연약한 늬 아빠 닮지 말고 철근도 소화하는 나를 닮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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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맘 먹고 부러움에 눈이 멀어 덮었던 책을 다시 열기로 했다.

나는 언제나 배운다. 늙어 죽을 때까지 청춘이련다.

세 아들의 엄마가 된 친구의 페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글에 웃었다. '어릴 적 엄마가 따뜻한 물을 마시면 왜 그리 놀렸는지 모르겠다. 아, 지금의 나는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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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 놓은 옷 좀 당장 치워', '쓰레기 좀 지금 버리고 와' 라며 재촉하는 엄마에게 '이것만 하고요', '쫌 있다가-' 라고 대답하곤 했다. '아기가 자면 나도 좀 눈 붙여야지' 하다가도, 막상 자면 후다닥 일을 해치워 버려야만 안심이 되고, 먼지가 떨어지진 않았는지 집안 곳곳을 살피는 지금의 나를 보며 엄마가 이해 간다. 한다고 해놓고 잠들어 버리는 무심한 가족들이, 특히 하나 밖에 없는 딸래미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ㅋㅋ 엄마가 되어봐야 사람된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적용되긴 무리가 있으나, 적어도 내겐 딱이다. 상준이가 엄마 사람 만들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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