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유달리 진상을 부리고 잠을 안자서 신경질 부렸는데, 알고 보니 아기가 열이 나고 있었다 ㅠㅠ. 늘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싸던 애가 이게 왠말인가, 하니 딱 만 육개월을 살고 이리 된 것이었다. 태어나 6개월간은 모체에서 받은 면역력으로 버틴다는 얘기가 이거였구나.

의사선생님은 앞으로 24개월 때까지 병원에 자주 드나들테니 각오하라 하셨다. 요즘 너도 나도 다 걸린다는 아기 유행성 질병이라는데, 별거 아니라는데도 마음이 찢어졌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고, 더 잘 돌보지 못하여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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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이렇게 고통의 연속일 것을 알면서, 그리고 본인들도 그닥 행복하지 않으면서 우리 부모는 왜 나를 낳아서 이 고생을 시키나, 이 인생 언제나 끝나려나, 우울에 쩔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가 있었다.

상준이도 이 첫 테이프를 끊고 또 다시 열이나고, 또 아프고, 짜증스럽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겠지.

그렇지만 상준아, 이걸 앓고 나면 면역력이라는 게 생긴단다. 면역력은 이 다음에 같은 아픔이 찾아올 때 이겨낼 수 있게 되는거야. 너는 매일 더 튼튼해지고,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을 일구어 가게 될거야. 그 행복의 맛은 정말 꿀맛이란다. 그니까 힘내, 우리 아들.

 

헬쓱해진 우리 아들

20분 진상 후 자기 곰인형 끌어안고 자는 게 귀여워서 흐흐 - 그러나 섣불리 사진을 찍었다간 그 소리에 깨어 앞으로 한 시간 가량 또 고생할 수도. 자, 오늘의 미션 완료. 나도 자자. 

목욕 시키려고 옷을 벗긴 후 안아올리는데 똥을 싸주셨다. 나의 옷은 똥범벅이 되었다. 심우경이 남겨주고 간 라구나 버디 욕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우경씨 고마워 ㅠㅠ) 버디-아가 욕조안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받치는 틀-를 꺼내어 아기 얹어놓고, 나는 후닥 똥묻은 옷 탈의하고, 샤워기로 아기 몸에 묻은 똥을 떨어낸 후 버디를 다시 욕조안에 입수하여 아기 목욕을 계획대로 해냈다. ㅎㅎ 아직 욕조안에서 똥폭탄을 맞아본 적은 없으나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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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바르거나 기저귀 좀 갈려 눕히면 무조건 몸을 뒤집는다. 오늘도 뒤집자마자 매트에 오줌 흥건히 적셔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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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울 때 이젠 무조건 안아달라 하지 않아 감사하다. 허리가 슬슬 아파오고 있었다. 대신 좌로 구르고 우로 구르는 진상을 한 20분 떨다가 잠을 이기지 못하여 스르르 잠든다. 잠들기 전엔 야속한데, 잠들자마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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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기가 오줌 똥 범벅이냐. 근데 이런 것도 즐거이 적어내려갈 수 있는 지금 이시간이 또 특권임을 나는 알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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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발을 입으로 가져갔다. 엄마랑 안떨어지려고 하는 심한 애착을 보인다. 덩치랑 놀아주기 힘들어서 내 잠옷 윗도리를 던져주니 좋다고 뒹굴고 빨고 늘이고 한다. ㅎㅎ 나의 홈웨어들이 점차 걸레가 되어가고 있다. 엄마패션이 점점 완성되어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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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랑 놀다가 잠깐 샤워하러 갈 때, 밤에 자기전 칭얼대는 아가 달래다가 허리가 아플 때 남편에게 상준이를 넘기는데, 이 녀석이 울어버리는 거다. 제발 좀 울리지 말고 편하게 안아주라 타박했는데 알고보니 이 녀석이 벌써 엄마랑 안떨어지려고 이러는 거였다. (남편 미안)
낮에는 괜찮은데 저질체력이라 그런가, 평생 일찍 자던 습관 땜에 그런가, 9시 땡 하면 피로가 급습한다. 그 때는 낮에는 오만진상에도 떠오르지 않던 생각- '이 눔이 나 이렇게 고생시켜놓고 나중엔 귀찮다 하것제' -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도 나 하나만 바란다며 악을 쓰며 우는 이 시절이 소중하고 귀하다. 아무리 얼러도 울어재끼는 아들을 침대에 방치하고 그 옆에 벌러덩 누워 그 울음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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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기었다. 무거운 머리는 땅에 있지만 엉덩이를 한껏 쳐들어 애벌레 기듯 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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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를 깔아주니 신나게 굴러다닌다. 한 사물에 집중하는 시간도 점점 늘어간다. 그럴 때 표정은 영락없이 즈이 아빠같다. 아직 완전히 혼자 앉지는 못하고 이내 쓰러지지만 받치고 있는 손을 떼어도 꽤나 오래도록 앉아있다. 

우는 즉시 달려가지 않으려고 잠깐 두는데 '음마--' 하고 부르면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처음으로 문화센터에서 오감발달 수업을 들었다. 상준이 만한 아이들이 수두룩한데 너무 귀여운 그 모임이 마치 천국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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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못보니, 외식 못하니 투덜대긴 하지만 진심은 암 것도 아쉽지가 않다. 이재우를 민나 완전해진 줄 알았는데, 이상준 없음 나 어쩔 뻔. 


좀 늦은 예방접종 맞추었다. 두 방 맞았는데 그 중 첫 방에는 울지도 않았다. ㅋㅋ 이렇게 대견한 우리 아기. 

다소 우량했던 아기는 이제 성장 속도에 맞춰가는 것 같다. 나는 정말 같이 있어 주는 것 밖엔 한 것도 없는데 무럭무럭 자란다. 주말에 뿌려놓은 루꼴라 씨앗도 벌써 싹을 틔웠다. 찬양을 받으실 하나님. 



몸무게는 임신 전으로 돌아왔다. 이 여세를 몰아 연말에는 언젠가부터 나완 멀어진 그 말, '홀쭉'해져 보자.  배는 지금도 임신 5개월 같다만. ㅎㅎㅎ

뒤집어서 제 머리를 못 이겨 괴로워하는 상황 극복. 오늘은 자기 머리 무게의 반동을 이용하여 2연속 뒤집기 성공했다. 기다랗고 통통한 베개 몇 개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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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법 여유. 보림이모가 선물한 붕붕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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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듯 없는 듯, 늘 그림자 플레이를 즐기는 남편이 유일하게 유난스런 부분이 바로 벌레다. 벌레공포증이라 해야 하나? 상준이가 갖고 노는 꿀벌 헝겊책도 징그러워 할 정도. ㅋㅋㅋ

지난 주말엔 엄마가 볶아온 메뚜기를 와그작 씹으며 남편에게 내밀었는데, 안고 있던 상준이를 놓쳐버릴 것이라며 공포에 떨었다. 그 모습이 웃겨 폭소하다가 마룻바닥에 메뚜기 봉지를 엎질렀고... 보기 드문 남편의 멘붕 상태를 보았다. 잠이 부족하여 왠지 무기력한 월요일 저녁, 지난 주말의 그닥 아름답지 않은 기억조차 아름다운 추억처럼 아련하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소록소록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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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걸 정말 좋아해서 유모차에 눕기만 해도 발을 구르고 난리다. 다른 데 눕히는 걸 짜증내는데 유모차에 눕힐 땐 좋아하는 걸 보고 얘가 유모차를 아는구나 싶었다. 요 기적 같은 놈!

 

히히 거울보고 찍은 가족사진

 

요구하는 업무량이 많아져서 도저히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일당백을 해도 모자른게 이 곳인데. 아기 봐주는 엄마 시간도 마음대로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요즘 재미나게 시간을 쓰고 있는 엄마 한테 희생을 강요하기도 싫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 순간 상준이 곁에 1초라도 더 있어, 미묘한 변화들을 다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서 퇴직. 후원 파트는 계속 서포트 하기로 했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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