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유달리 진상을 부리고 잠을 안자서 신경질 부렸는데, 알고 보니 아기가 열이 나고 있었다 ㅠㅠ. 늘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싸던 애가 이게 왠말인가, 하니 딱 만 육개월을 살고 이리 된 것이었다. 태어나 6개월간은 모체에서 받은 면역력으로 버틴다는 얘기가 이거였구나.

의사선생님은 앞으로 24개월 때까지 병원에 자주 드나들테니 각오하라 하셨다. 요즘 너도 나도 다 걸린다는 아기 유행성 질병이라는데, 별거 아니라는데도 마음이 찢어졌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고, 더 잘 돌보지 못하여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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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이렇게 고통의 연속일 것을 알면서, 그리고 본인들도 그닥 행복하지 않으면서 우리 부모는 왜 나를 낳아서 이 고생을 시키나, 이 인생 언제나 끝나려나, 우울에 쩔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가 있었다.

상준이도 이 첫 테이프를 끊고 또 다시 열이나고, 또 아프고, 짜증스럽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겠지.

그렇지만 상준아, 이걸 앓고 나면 면역력이라는 게 생긴단다. 면역력은 이 다음에 같은 아픔이 찾아올 때 이겨낼 수 있게 되는거야. 너는 매일 더 튼튼해지고,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을 일구어 가게 될거야. 그 행복의 맛은 정말 꿀맛이란다. 그니까 힘내, 우리 아들.

 

헬쓱해진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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