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푸릇한 생명들이 시커먼 바다에 삼켜진 밤. 밤공기가 마음을 짓누르고 달빛도 시뻘겋다.
상준이랑 밥 먹다가 놀다가 눈물이 불컥. 그럴 때마다 매만지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했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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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비상한 녀석은 엄마의 컨디션 난조와 짜증지수 상승의 기운을 알아차리고 미리서 "엄마, 화내지 말아요. 화내면 무서워요" 한다. 그럴 때마다 웃기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엄마 화 안낼게. 미안해, 우리 아가.
애들 둘 재우고 모처럼 일찍 들어온 남편의 강권으로 가까운 까페에 갔는데... '아, 까페에서 주문 어떻게 하는거였지?' 막 외국에 온 것처럼 떨리는거라.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귓가에 왕왕거렸다. 결국 30분 정도 앉았다가 눈도 못마주친 채 차 값을 내고 도망치듯 집으로 왔다. 불과 몇 년 전 내가 저렇게 시간이나 걱정할 누구 없이 밤 늦도록 앉아있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밤 외출이 어색해지다니.
돌아오는 길 차가운 듯 포근한 공기가 오늘 외출의 하이라이트.
시장이나 길목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귀엽다고 예뻐해주시는 게 늘 좋은 건 아니다. 상준이 아토피 한창 때 일하던 목장갑을 끼고 볼을 꼬집는, 정말 맘 좋으신 경비 아저씨에게 말씀드리지 못하여 속앓이를 하던게 그 얼마던고. 등산객 할아버지가 자기가 먹던 옥수수에서 안씻은 손으로 알을 빼서 애를 주거나, 자기가 마시던 컵으로 담아온 매실액인지 뭔지 알수 없는 걸 내밀어 이미 애가 마신 걸 확인했을 때의 멘붕이란. 요즘엔 자기한테 뽀뽀하라고 하는 부동산 할아버지를 열심히 피해다닌다. 아 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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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빠가 운영하시던 공장 삼촌 중에 담배냄새 풀풀 나는 입으로 내 입에(!!!!) 혀를 사용하여 뽀뽀하던 변태새끼가 있었다. 그 놈으로부터 날 지켜주지 못한(않은?) 엄마 아빠가 한참동안 원망스러웠다. (사실 지금도) 딸 낳기 막연히 두려운게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요즘엔 아들, 딸 구분 없이 무서운 세상. 엄마가 너희를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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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를 함부로 만지지 않고 예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 그 분들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를 때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뭔가 엄청난 존재를 생산해 냈나보다 싶은, 알 수 없는 인류애가 솟구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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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다 등짝 시게 한대 맞았다. 일주일 내내 징징거리다가 주말이 되어 너그러운 아빠랑 있으면 더더욱 징징 대폭발.
진짜 귀여운데 진짜 미운
너는 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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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멜라 드러커맨의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 유럽문화를 동경하는 미국인의 과장이 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배울점이 많았다. 수면교육의 교과서라는 베이비 위스퍼도 이보다 더 확실하진 않았다. (e-book으로도 있음!)
요는, 애가 울면 즉각 달려가지 않고 왜 우는지 관찰하는 것. 아이에게 좌절감을 배우게 하는 것. 아이가 스스로 잘 수 있는,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을 믿는 것. 덕분에 상경이는 눕히면 1분도 안되어 잔다. 고맙다. 내가 요즘 너 땜에 산다 ㅠㅠ
놀이터 입구에서 상준이 만한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를 만났다. 가볍게 목례 하고 들어가려는데 애엄마 왈, "누가 놀이터에서 소주를 먹었지? 19세 미만은 처벌 될 수 있다는 걸 애들이 모르나? 아유, 엄마는 이런게 정말 싫어. 엄마가 너무 투덜대는 것 같아? 이건 건강하고 긍정적인 반응이란다. 애들이 준법정신이 없어서..(어쩌고 저쩌고를 3분 넘게)"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일까, 자기 애한테 하는 말일까. 관심 가져주고 반응해줘야 하나.슬 자리를 떴다.
애도 뭔가 알수 없는 말을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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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주요 소통의 통로이지만 유일한 건 아니다. 부드러운 배려, 작은 눈짓으로 삶이 얼마나 윤택해질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