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콘서트에 음악감독 이름을 올린다기에 '아휴 그냥 저는 빼주세요' 하려다가 맘 고쳐먹었다. 우먼카인드  창간호에 카피라이터 김하나가 쓴  "우리에겐 겸손할 권리가 없다"가 퍼뜩 떠올랐기 때문. 

어느 한 작가에 꽂혀 그녀의 저서를 다 읽어버린 적이 있었다. 공감의 폭이 남다른 걸 느끼고 다른 여자 작가의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을 찾았다. 그날 따라 그랬던 걸까. 벽면을 가득채운 책장엔 남자 작가들만 가득하고 여자 작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 5% 정도면 많이 쳐준걸까. 그런데 그 손에 꼽히는 이름들이 얼마나 빛나 보이던지. 이 책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 날 이후로 여자 작가 탐색은 계속되고 있다. 꿀잼은 물론, 근육질로 마음을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 

"부끄럽고 겸연 쩍어도 우리를 보면서 가능성을 키워갈 또 다른 소녀들을 우리 등 뒤에 느끼자. 우리에겐 아직, 겸손할 권리가 없다." by 김하나 카피라이터, 우먼카인드 창간호. 87P.  


불쾌해서 쉽사리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작은 사건을 통해 깨닫는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를. 개미 한마리 밟을까봐 부드러운 솔로 딛을 곳을 쓸고 다니는, 한 때 비웃었던 승려들만큼이나 만물을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화려한 명목으로 치장한 모든 것의 내밀한 곳에 개인의 욕망이라는 것이 화장 떡칠을 하고 앉아 있다는 것을. 원망의 화살은 결국 삶의 어느 시점, 어떤 영역의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에서 온다는 것을.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결국엔 내 의지보다는 늘 갈고 닦은 맑은 기운에 달려 있다는 것을. 욕망이 적을수록 붙잡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는 것을. 짧은 생, 내 욕망에만 충실하다가 배터리 50%가 남은 채 그 분 앞으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을. 


학교에서 꼭 한 번은 눈물 짓는 너.

어린이집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까지 같이 올라간 학교에서도 낯설어 마음 시려 우는 너는 나를 닮았다. 

울어도 돼. 울다 보면 괜찮아져. 

울었단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 터져 버릴 것 같지만, 어느덧 쑤욱 자라 돌아보며 웃을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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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조금 나은 얼굴로 등교했다. 

지난 밤 여혐러가 흩뿌린 어둠이 싸악 가시고 광명이 찾아왔다. 누가 나의 하루에 어두움을 드리울 수 있는가. 이런 승리의 광명앞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끝없이 기도하는 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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