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 애기 사촌동생의 인스타에 어떤 놈이 '살이쪘...?' 이딴 댓글을 달아서 혼자 부글부글. 친한 사이라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말이고 그 둘 만의 서사조차 모르는 나는 왜 이토록 홀로 열을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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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1학년 때 잠깐 알았던 P, 4학년 졸업할 때까지 나와 길에서 마주치면 손으로 큰 동그라미를 만들어 내 얼굴의 둥글 넓적함을 표현하며 "부추전!"을 큰 소리로 떠들었다. 

화도 못내고 웃으며 넘기다가, 언제인가 부터는 안면몰수하고 아예 모른 척을 했는데, 이 시키가 또 그러는 거. (생각해보면 P도 사이즈에 있어 뒤지지 않았다)

더 어이가 없는 건, 4학년 때 지금의 남편과 P가 같이 인턴십을 할 당시, 남편이 나와 사귀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의 말이 "이화 마음 여린 애야. 잘 보살펴줘야해."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최근에야 듣고 폭소했다. 그걸 알아서 그랬니. 너 악마니. 

지금에야 웃어 넘기지만, 그 땐 그 유치한 놀림에 얼마나 상처 받았던지. 분해서 이불 팡팡 찰 정도로 화가 나는 동시에 마음은 쪼그라 들었다. 누가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라도 하면 황급히 고개를 숙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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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대한 평가는 끊이지 않지만, 이걸 공공연하게 드러내고서도 떳떳한 시대는 가고 있다.  칭찬이라도 외모에 대한 것이라면 자제하려 한다. 생각해보면 한 사람에 대해 외모 아닌 다른 것을 발견하고 이야기 나눈다는게 더 기분좋고, 더 덕스러운게 아닐까. 

이제는 꺼내놓을 수 있는 '부추전'의 기억. 'P가 왜 그랬을까' 비로소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냥 친근함의 표시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 이해되어 용서가 되는 거냐면, 그렇지는 않다. 지구 어느 구석에서 여전히 어둠을 뿌리며 사람을 쪼그라들게 만들고 다니지 않길 비는 것이 나의 최대 관용이다. 

"셋째 가지셨어요?"란 말에 충격 받아 홈트레이닝을 시작한지 4년 정도 지났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5회 이상 레그 레이즈(20회로 시작해서 현재 1킬로 모래주머니 양 발에 달고 120회)와 스쿼트(20회로 시작해서 현재 120회)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는 게 부담스런 나로서는 집에서 혼자 넷플릭스 켜고 운동하는게 최고다. 

운동을 하고 나서 깨달은 것은, 몸이 마음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우울증 까진 아니지만, 늘 비관적인 생각과 우울한 기분을 달고 살았는데 그 빈도수가 줄어들었다는 것. 좀 더 직접적으로는 우울할 때 스쿼트, 레그 레이즈를 하면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약해지거나 사라져 버린다는 것. 심지어 용기와 의욕이 솟구친다..? 


홀로 그렇게 4년 하고 나니 귀차니즘은 극복되었다. 운동을 안하면 마치 밥 한끼 안먹은 것처럼 헛헛하달까. 11자 복근과 튼튼해진 허벅지는 덤이다.  

몸은 마음으로 흐른다. 그래서 먹는 것과 가는 장소, 하루의 일과를 세심히 살핀다. 유리멘탈이니까. 나이 먹을 수록 더더욱.

6월 콘서트에 음악감독 이름을 올린다기에 '아휴 그냥 저는 빼주세요' 하려다가 맘 고쳐먹었다. 우먼카인드  창간호에 카피라이터 김하나가 쓴  "우리에겐 겸손할 권리가 없다"가 퍼뜩 떠올랐기 때문. 

어느 한 작가에 꽂혀 그녀의 저서를 다 읽어버린 적이 있었다. 공감의 폭이 남다른 걸 느끼고 다른 여자 작가의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을 찾았다. 그날 따라 그랬던 걸까. 벽면을 가득채운 책장엔 남자 작가들만 가득하고 여자 작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 5% 정도면 많이 쳐준걸까. 그런데 그 손에 꼽히는 이름들이 얼마나 빛나 보이던지. 이 책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 날 이후로 여자 작가 탐색은 계속되고 있다. 꿀잼은 물론, 근육질로 마음을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 

"부끄럽고 겸연 쩍어도 우리를 보면서 가능성을 키워갈 또 다른 소녀들을 우리 등 뒤에 느끼자. 우리에겐 아직, 겸손할 권리가 없다." by 김하나 카피라이터, 우먼카인드 창간호.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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