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 애기 사촌동생의 인스타에 어떤 놈이 '살이쪘...?' 이딴 댓글을 달아서 혼자 부글부글. 친한 사이라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말이고 그 둘 만의 서사조차 모르는 나는 왜 이토록 홀로 열을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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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1학년 때 잠깐 알았던 P, 4학년 졸업할 때까지 나와 길에서 마주치면 손으로 큰 동그라미를 만들어 내 얼굴의 둥글 넓적함을 표현하며 "부추전!"을 큰 소리로 떠들었다.
화도 못내고 웃으며 넘기다가, 언제인가 부터는 안면몰수하고 아예 모른 척을 했는데, 이 시키가 또 그러는 거. (생각해보면 P도 사이즈에 있어 뒤지지 않았다)
더 어이가 없는 건, 4학년 때 지금의 남편과 P가 같이 인턴십을 할 당시, 남편이 나와 사귀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의 말이 "이화 마음 여린 애야. 잘 보살펴줘야해."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최근에야 듣고 폭소했다. 그걸 알아서 그랬니. 너 악마니.
지금에야 웃어 넘기지만, 그 땐 그 유치한 놀림에 얼마나 상처 받았던지. 분해서 이불 팡팡 찰 정도로 화가 나는 동시에 마음은 쪼그라 들었다. 누가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라도 하면 황급히 고개를 숙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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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대한 평가는 끊이지 않지만, 이걸 공공연하게 드러내고서도 떳떳한 시대는 가고 있다. 칭찬이라도 외모에 대한 것이라면 자제하려 한다. 생각해보면 한 사람에 대해 외모 아닌 다른 것을 발견하고 이야기 나눈다는게 더 기분좋고, 더 덕스러운게 아닐까.
이제는 꺼내놓을 수 있는 '부추전'의 기억. 'P가 왜 그랬을까' 비로소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냥 친근함의 표시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 이해되어 용서가 되는 거냐면, 그렇지는 않다. 지구 어느 구석에서 여전히 어둠을 뿌리며 사람을 쪼그라들게 만들고 다니지 않길 비는 것이 나의 최대 관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