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씨 아무리 샘을 내신들
봄 아씨 볼 붉히고 사뿐사뿐 오시네



잔뜩 게으름을 피우다가 페이퍼를 하나 냈다.
할 일이 태산이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룬 자랑스러운 결과이다아하하
시간의 수레바퀴가 육중하게 굴러가고 나는 콧물을 흘리던 말던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세상살이는 불편하다. 내 맘대로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내가 그 분을 사랑하는지 안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을 서로 확인하는 일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듯 싶다.

그렇다, 사랑은 날이 갈수록 자라야 할텐데, 죄송한 마음 뿐이다.


설교시간, 목사님은 큰 부담이 되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은 사업에 대해 신나게 말씀하셨다. 물론 교회차원의 사업이지만 목사님의 평생을 걸 목표이기도 하였다. 많은 똑똑한 인재들이 모이고, 기도가 모이고, 돈이 모이고 있다. 일이 술술 풀리고 있다.

몹시 부러웠다.
돈이 모이고 일이 술술 풀리는 것도 그렇지만,
목숨 걸고 일할만한 것을 갖고 있는 목사님이 부러웠다.

모르겠다. 나는 목숨 걸 준비가 되어있는데,
하나님은 아직 요리 솜씨가 서툰 나에게 위험한 식칼을 쥐어주시지 않는 것일까?
난 종일 설겆이만 하고 야채만 씻는 초보 요리사인 것만 같다.

그 사실이 참 서럽고
열매맺는 사역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이제 칼을 쥐고 오이를 나박나박 썰고 있는 내 또래의 사람들이 부럽고
그래서 마음이 조금 삐져서 이 주일날 아버지 집에서 또 투정을 부렸네

하나님은 침묵하신다.
기다리라고, 그리고 열심히 설겆이를 하라고 하시는 것만 같다.

삐졌다고 해서, 평생 설겆이나 합죠 뭐, 라며 입으로 범죄하지 말자.
무거운 내일의 아침이 밝아오면
제일 밝은 미소로 주방에 뛰쳐나가 팔을 걷어붙이는 도급생이 되자.

왕의 식탁을 차릴
일류요리사 되는 꿈
포기 하지 말자. 배장금




내 친구 S를 오랜만에 만났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 험한 꼴 당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조금의 으스댐이나 허풍없이 "하고 싶은 건 해야지"라고 말했다. 제 멋대로 남에게 피해나 끼치고 살면서 사는 애들의 말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모르겠다. 왜 어떤 사람은 남들보다 배는 노력하면서도 이토록 고생을 하면서 사는지. 하나님 왜 저토록 착하고 겸손한 아이에게 이런 일을 허락하시는건지. 이런 애들 주변에는 또 꼭 독설가들이 있지. 그리고 이 아이는 또 착한 대꾸만 할 뿐이지. 나 같으면 밟아줬을텐데.


하지만 내가 아는 확실한 것은 고통은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그 큰 상을 진정으로 감사하며 풍성하게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화야, 나 고생을 하면서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애"라고 말하는데
자세한 이야기 듣지 않아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애절함과 경외심에
나의 게으른 영혼이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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