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과 게으름을 '나만의 스타일'로 포장해서 사는 것도 애가 없을 때 얘기다.

내 작은 말과 행동이 쌓여 아이의 내면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온갖 회한과 원망 속에 빠져 사는 자신을 먼저 구해야겠구나.

진심으로 준이랑 경이가 염치를 알고 제 몫을 하는, 바르고 밝은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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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랑 경이가 많이 아팠다. 사실 아직도 아프다. 전엔 애들 다들 하는 병치레 가지고 엄마들 참 법석 떤다고 생각했는데

혹시라도 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나는 더 살 수가 없지 않은가. 아이는 이미 내 안에 우주처럼 넓고 깊다.

구호니, 환경보호니, 인권이니 모든 이슈들이 여기서 시작한다. 아이는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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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이렇게 병치레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바닷속에 생매장된 아이들의 그 많은 부모들은 오늘도 어찌살아가고 계실까.

병신같은 인간들이 '리본충' 운운하며 우리 차량을 행여 해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해도

예은이 아빠, 유민이 아빠가 그 먹먹한 마음으로 지나가다가 우리 차 뒤에 붙은 노란 리본을 보고 혼자가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 뿐이다.


제발 날 너무 편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주기적으로 성범죄자 정보가 온다. 종종 서글퍼지는 것은 이들도 한 때는 작은 아기였겠지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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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일을 받아 하는 단체에서 자주 외국으로 출장보내주겠다(?)는데, 내 맘대로 여행가는 게 아니면 이러나 저러나 피곤할 뿐이다. 그리고 비행기 타는 걸로 설레는 나이는 이제 지나지 않았나.  심지어는 무슨 연수를 시켜준대도 싫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바라보고 안아달라고, 봐달라고, 사랑해달라고 요구하는 녀석들을 두고 어딜 가고 싶지 않다. 이 귀여움의 최대치는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며 평생 그리워하고 살 걸 알고 있다. 밥 차리고, 설겆이 하고, 빨래 걷어 접고, 빨래 돌리고, 청소하고, 울면 안아주고, 닦아주고, 놀아주다가 때 되면 또 밥주고... 이 지루한 일상이 사실 난 좋은거다.   

전업주부로 산지 3년째. 종일 아이와 같이 있고, 좁디 좁은 인간관계 속에 스트레스 없는 고요한 삶에 만족한다만 나만 제 자리 걸음은 아닌지... 생각하다가 그냥 마음껏 누리기로 다잡는다. 오늘의 상준, 상경을 내일은 볼 수 없다.   

김영하 팟캐스트에서 허삼관 매혈기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문학을 배운 적도 없는 작가 위화는 찰진 이야기꾼에 더 가깝다는 것, 그래서 더 재밌고 와 닿는 다는 것.  김영하는 누구나 책 한권 정도 쓸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 쯤 갖고 있다 했다. 나도 지난 해 돌아가신 우리 큰 이모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싶다. 큰 이모는 장난꾸러기 같은 인상에 전라도 지방의 희한한 욕을 구사하셨는데, 1분마다 빵 터지는 포인트가 있었다.

이모가 어릴 적, 그러니까 전쟁 통에 북한군, 남한군이 마을을 번갈아가며 점령했더랬다. 어떤 집에선 숲에 숨은 북한군의 협박을 받아 숲으로 밥 광주리를 배달하다가 국군에게 걸려 무참히 죽는 일도 있었댔다. 그 긴장된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노래를 엄청 잘하는 아이였던 이모가 북한군 점령때는 북한군이 가르쳐 준 노래를, 국군 점령때는 국군이 가르쳐 준 노래를 마을 회관에서 목청껏 불렀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노래 자락을 뽑아내었는데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책읽어주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글의 힘을 느낀다. 어떤 작가는 꼬리가 있는 남자에 대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는데, 세계 각지의 꼬리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뤄줘서 고맙다고 하는 편지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세상에 몇 없는 꼬리가 없는 사람들도 이토록 위로 받는데, 하물며 다양한 상황에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처한사람들이 받는 위로의 가짓수는 얼마나 많을까.  

이모가 돌아가시기 전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자세히 받아 적으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만 후회해서 뭐하겠는가. 나쁜 남자 콜랙터였던 친구의 질펀한 연애사나 인터뷰해서 적어놔야겠다. 음원이든, 글이든 누군가는 듣거나 읽고 좋아해주겠지.

'나 죽을때까지~~' 하는 가사를 듣고, 왜 저 삼촌이 죽는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다.
"응, 시간이 많이 지나서 할아버지가 되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이야기야."
"엄마도 그럼 죽어?"
"그렇긴 한데 지금은 아니야. 아주 시간이 많이 흘러서 할머니 되면 죽어."
"그럼 우리 할머니도 죽어?" 하면서 울먹인다. 악. 어쩌지 어쩌지

"응 그래도 우린 죽어서 다 하늘나라에서 만날거야"..라고 해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녀석.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난감한 질문들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음을 예감했다.

카를라 브루니를 처음 봤을 때 '헉' 했다. 지구상에서 젤 예쁜 여자라 해도 과언이 아녔다. 쥐박 프랑스버젼인 남편 사르코지 대통령조차 돋보이게 바꿔버리는, 우아함과 귀여움, 섹시함을 고루 갖춘 그녀였는데... 어느날 얼굴에 무슨 주사를 맞고 마녀상으로 변해버렸다. 너무 슬퍼서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

나이가 든다는 건 뭘까? 어째서 다재다능하고 아름다운, 자신감 넘쳤던 그녀를 그토록 초조하게 만들었을까? 사실 30대 후반으로 달려가면서 그녀의 절박함이 아예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거울을 보면 전엔 아녔는데 눈에 걸리는 포인트가 몇몇 있으니. 최근엔 앞니 두개가 마음에 안들어서 한동안 그 생각에 매달려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연예인들 라미네이트가 맘에 안든다고 일기에도 적어놨으면서 ㅎㅎ

곱게 나이드는 건 지나간 젊음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아둥바둥 하는 것과 거리가 먼 것일테지. 계절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게 어울리는 것을 잘 찾아가면서 내 자신에 함몰되는게 아니라 주변을 가꾸는,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군살이나 더 늘리지 말자. 40되면 더 힘들다는데. 

 사람 가려 사귀는 필터 수준을 조금 완화하기로 결심. 사회생활도 안하는 이 마당에 여러모로 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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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만큼 애쓰고 좋아했는데, 그 쪽에서 시원찮으면 관두는 건 비단 남녀 관계 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친구사이에서도 왕왕 발생하는지라 비슷한 느낌의 절교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런데 기브앤테이크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하나는 가족같은 친구들. 금수나 하는 짓을 저지른대도 머리끄댕이 잡아 패대기치며 '야 이 미친것아' 뜯어말리면 말렸지, 절대 져버리진 않는다. 둘째는 팬심을 일으키는 미친 마성의 소유자. 어떤 이들이 성정체성을 착각하는 이유를 이해할 정도로 매력있구나 생각함. 살다가 두명 보았다. 결국 두 사람 모두와 친해지진 못했지만 ㅎㅎ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는 데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숫자로 나타내진 못해도, '매우 적다'는 건 알겠다.

 

사람은 괜찮은데 연애고자인 친구의 문제를 또 다른 친구와 진단하며 마음 한 가득 차오르는 이런 저런 조언들을 꾸욱 눌러담는다. 결국 마음 가장 내밀한 곳의 문제이고 이런 류는 충고가 먹혀들기 어렵기 때문.

아, 나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를 더 많이 해야겠다.

 

도토리집 들어서는데, 늘 자기가 입은 옷을 자랑하는 여민이, "나 오늘 무당벌레 옷 입었다!" 하니 상준이 왈, "나는 당근색 옷 입었다!"

귀여운 내시끼. 자려고 누우니 또 생각나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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