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와이스의 책, '파리는 여자였다'를 읽고 있다. 여전히 바람둥이, 술꾼 마초남성들이 주류인 예술계에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는 멋지게 묘사되지만) 연대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당시 파리는 '여자는 그저 조신하게 살림하고 애 낳고 예쁘게 꾸미고 남편을 내조해야 한다'라는 당위에서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었기에 여자 예술가들은 레즈비언이건, 보수 기독교인이건 모여서 연대하고 함께 살아갔다.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은 자기 집을 예술가들에게 열어주었고, 그곳에서 문화가 꽃피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거트루드 스타인


 

그러나 그녀의 다소 전위적은 글들은 출판사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58세가 되어서야 건너간 고국 미국에서 드디어 대박이 터졌다. 그것도 자기가 순수하게 쓴 글이 아닌, 비서이자 동반자 앨리스 토클라스의 평이하게 풀어낸 문체의 자서전에서. 천재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전쟁과 정치에 대해 무지하고, 사치스럽게 살았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에서 성공했을 땐 파리의 오랜 동료들로부터 비판과 질투어린 배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은 어쨌거나 찬란했고 행복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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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이웃과 함께 부비대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큰 도전이다. 특히 오늘 내가 한 말이 잘못한 건 아닐까, 저 사람은 왜 내게 저런 말을 할까 종일 생각하는 내향형 소심인에겐. 그렇지만 40대를 앞두고 더 이상 움츠러들어 살 수는 없다. 함께 살아가며 나와 이웃의 삶이라는 선물을 꽃 피워야 한다. 더 이상 빛에 따라오는 그림자를 두려워해서는 안돼. 나를 다독이며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되새겨본다. 



"토끼는 경찰보단 당근 농사가 딱이야"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차단속요원이라니!"


걱정과 잔소리 또한 어찌 사랑의 한 모습이 아니겠냐마는, 근원적으로는 사랑보다 두려움에 더 가깝다.  아이는 끽해야 부모를 안심시키러 거짓말이나 늘어놓겠지. 

신뢰와 격려. 그리고 조용한 기다림으로 너희를 받쳐줄게. 훨훨 날아오르렴.  

하원길, 맞잡은 너의 손이 제법 두툼하다. 내 쬐끄만 손을 넘어서는 영광의 그 날이 날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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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놈은 지난 밤 두 번의 구토와 열댓번의 설사를 했다. 종일 뭣만 먹으면 토해대더니, 저녁엔 할머니가 끓여준 쌀 죽을 먹고 토하지 않았다. 옆에서 구운 계란을 우적우적 먹어대는 형아를 원망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며 내내 징징 운 것 빼고는 꽤나 큰 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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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두 녀석의 목숨을 부지시켰다. 이 얼마나 영광된 날인가! 나여. 잘하였도다. 토닥토닥

김영하씨 책을 읽다가 생각. '내면이 있는 아이'로 키우면 되겠구나. 종이 한장, 연필 한 자루만 있어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외로움과 친구 먹는 아이로.

그렇지만 현실은, 오늘도 근근히 목숨 붙여놓은거. 그래도 잘했어, 배우리. 목숨 붙여놓은게 어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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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내면이 있는 사람과는 짧은 시간을 보내도 동기부여+힐링이 있었다. 부족한 인간관계를 억지로 돈독히 한답시고 앞에 사람 앉혀놓고 본격적으로 통화를 하고 종일 소모적으로 카톡하는 사람이랑 굳이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다. 어린시절의 의리랍시고 애써 일방적으로 지켜왔던 관계도 보내주자.

물을 쏟고 눈치를 보는 아이를 보며 가슴아픔과 동시에 쏟아져나오는 모진 말, "엄마가 의자에 앉아서 다 먹고 일어나라했지!"

울어서 한번 더 혼난 아이의 '미안해요' 소리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좋은 엄마는 결국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데, 나로서는 절망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저 하루하루 먹여 살리는거나 근근히 하고 있다. 잘 살려놓으면 언젠가 좋은 아빠의 기운을 받아, 네 안의 좋은 에너지로 날아오르겠지. 애들한테 짜증이나 안부리게 일찍 자야겠다. 



상준아, 하늘 색 정말 예쁘지. 엄마는 저런 하늘 정말 좋아해.
- 나는 예쁜 거 안좋아해요. 멋있는 거 좋아해요.
예쁜 것도 좋고, 멋진 것도 좋지 않아? ...근데 상준이 엄마 좋아하잖아. (뻔뻔)
- (잠시 침묵) 엄마 안예뻐요.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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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 넘치는 장남은 불현듯 끌어안고 '난 엄마가 정말 좋아' 할 때가 많다. 그럼 길 복판에서 한동안 서로 부둥켜 안고 있다. 아들 키우는 재미 = 연애하는 기분





초등학생 오빠를 둔 아이와 친구가 된 상준이는 요즘 '짱', '대박' 이라는 말을 쓴다.

닭다리살에 소금뿌려 구워주었더니 먹는 도중 "엄마, 짱 맛있어요."를 한 다섯번 했다. 히힉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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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사람이 정말 별로인데, 그 사람도 나를 정말 별로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또 마음에 걸리는 건 뭐다? 이제 나잇살 좀 먹었으니 자잘한 바람에 흔들리지 좀 말고.

나의 무심코 한 말, 글,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해주세요.
자식 잃은데다 그 원인규명을 하지 못하여 마음이 무너진 이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주님의 선하심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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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잠자리에 누워 오늘 배운 '꽃샘추위'를 설명했다. 꽃이 피려는데 바람이 샘을 내는거래요. 듣다가 울컥했다. 나도 핑계대지 않을게, 그래도 피어날 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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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 예쁜 집 살아보고픈 건 숙원이었다. 준이네 어린이집 근처엔 예쁜 집들이 많은데, 아이와 등하원 때 골목을 한가로이 거닐며 고즈넉한 정취에 젖는 걸 작은 낙으로 삼고 있었다. '저 집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저 집이 우리집이었으면' 하면서. 그런데 오늘 동네 엄마로부터 불쾌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자주 멈춰 이야기를 나누는 진돗개 미르가 묶여있는 집 건너편, 그러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던하면서도 전원적인 느낌의 그 집에 폭력적 성향의 은둔자가 있다는 것. 마을 아이 하나가 그 집 앞에 미르랑 있었는데, 그리고 별달리 시끄럽게 굴지도 않았는데, 그 운둔자가 뛰쳐나와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 한편 골목 다른 쪽 귀퉁이 놀이터 어귀엔 성범죄자가 이사왔다는 것. 그러니 마을버스가 다니는 큰 길로 다니라는 것.

마을 아이들 걱정에 이어 두번째로 든 생각은 '아니 그렇게 좋은 집에 살면서 부유한 사람이 왜 히키코모리가 되는거야!' 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린이집 들어오는 게 싫다며 구청에 민원넣고 쓰레기를 어린이집 쪽으로 밀어놓고 애들 배꼽인사도 모른 척 외면하면서 툭하면 시비거는 그 집도 창가에는 고운 레이스를 달아놓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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