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스의 名著 ‘빈곤의 종말’은?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가치투자의 황제’이자 역시 최고 갑부 중 하나인 워런 버핏 회장에게 이렇게 조언한 적이 있다. “제프리 삭스 교수의 ‘빈곤의 종말’을 꼭 읽어보세요.” 빌 게이츠·워런 버핏 두 회장이 앞다투어 자신의 거액 재산을 기부하는 이면에는 ‘빈곤의 종말’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만한 대목이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지구상에서 빈곤을 몰아내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운명론을 거부하라…. 임상경제학 접근”

1인당 하루 소득 1달러 이하의 ‘극단적 빈곤’에 처한 사람들이 11억 명에 달한다. 예방접종을 위한 단돈 20센트가 없어 목숨을 잃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삭스 교수는 ‘임상경제학(clinical economics)’이라는 새 처방을 내놓았다. 그가 소아과 의사인 아내를 지켜보다 깨닫게 됐다는 임상경제학은 의사가 환자의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감별(鑑別)진단을 실시하듯 모든 빈국(貧國)의 ‘신체검사’를 먼저 실시할 것을 주문한다. 검사를 위한 7가지 범주 체크리스트에는 빈곤 함정·경제정책 틀·지정학 등이 포함된다.

삭스 교수는 ‘빈곤에서 승리한 사례’로 천연두 퇴치, 1980년대
유니세프의 아동 생존 캠페인, 1990년대 말 세계 백신 예방접종 캠페인, 1950년대 이후 세계보건기구의 말라리아 박멸 캠페인 등을 들며 이렇게 역설했다. “빈곤의 종말이 불가능하다고 외치는 운명론자들의 구슬픈 외침을 단호하게 거부하라.”

■“마법의 총알은 없다…. 패키지 원조가 해답”

빈곤을 끝내기 위한 첫째 열쇠는 극단적 빈민들이 ‘발전의 사다리’에 일단 발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사다리에 발을 올려놓기 위한 최소한의 자본은 6가지. 사람의 건강·영양 등 인적 자본·기계 설비 등 사업 자본·인프라·자연 자본·공공 제도적 자본·지식 자본이 이에 해당한다.

이 자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마법의 총알’, 즉 흐름을 뒤바꿀 만한 한 가지 결정적 투자처만을 집요하게 찾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모든 분야의 폭넓은 투자가 패키지로 시행돼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또 원조를 위한 ‘배관’ 시설도 수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은행·지역 개발은행은 각국에 ‘자, 당신들이 받을 금액은 이만큼이오.’라고 원조내용을 전달할 뿐이다. 그러나 해당국들이 ‘무엇을 지원 받을지’를 먼저 알아내고 이후에 IMF와 세계은행 등이 필요한 금액을 기부자들에게서 얻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목표와 계획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다.

■“빈곤의 종말 가능…0.7%의 힘 믿어라”

빈곤을 종식시키기 위해 실제 필요한 비용이 얼마나 될까? 선진국 국민총생산(GNP)의 0.7%, 즉 소득 10달러당 단돈 7센트만 있으면 충분하다. 삭스 교수는 “이처럼 미미한 것마저 못하겠다고 버틴다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을 향해 ‘당신들은 전혀 쓸모 없는 사람들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질타한다. 빈곤 국가들이 이러한 원조의 힘을 바탕으로 자기 동력에 의한 성장의 길로 들어선다면, 2015년쯤에는 빈곤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며 2025년에는 빈곤을 끝낼 수 있는 희망의 설계도가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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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선 산업부 기자 viol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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