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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하얀 도화지같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직장을 다니면서, 그간에는 정신없이 하루하루 떨어지는 일에 매진하다가 이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 재단은 새터민을 고용하는 박스 공장을 한다.
그간 자활사업단 내지 사회적 기업들은 사회복지사들이 사업을 해서 뚜렷한 성과를 보인 곳이 별로 없었는데, 우리는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하러 공장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이 될성부른 사업임만을 어필하려고, 탈북자들(다수의 탈북자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건 매우 힘들다는게 지배적 의견)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일부러 노동부 심사 때 넣지 않았다.
우리가 미끄러진 것은 '자본 규모가 너무 큰데다가 대기업의 지원까지 받으니 굳이 국가의 지원이 필요없다 판단돼서'가 아니였나, 개인적으로 진단해보았다.
사회적 기업은 기본 개념 자체가 이윤추구+사회적목적(일자리 창출, 사회 서비스 제공)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재단은 다른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전문경영인 조사장님이 이윤 추구에 매진해주시면,
나는 그분과 조율하여 사회적 목적을 열심히 추구하면 되겠구나.

얼른 생각나는 사회적 목적들:
- 수익과는 상관없이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는 안정적인 월급
- 직원복지(정착관련 상담 제공 + 자가발전 등)
- 나아가서는 시민교육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겁쟁이, 조바심 내지 않고 나의 자리를 찾아가길 다독여본다.

2
섣불리 말하긴 뭣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뭐랄까, 기드온의 300용사를 선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렵고 떨리는데 흥미진진하다.
왜냐면 이미 이긴 게임이니까.

3
영국 미국형 사회적 경제는 소득 양극화가 문제고,
대륙형은 근로자와 실직자의 격차,
북유럽형은 민간부문과 공공지원 부문의 격차가 문제라고 한다.

약자를 돕는 일과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일의 갈등을 조율하는 일은 쉽지가 않구나.
이걸 해결하려고 온 세계의 뜻 있는 자들이 골머리를 앓는구나.
그 골머리 앓는 일이 너무나 고귀하게 느껴져서 나도 좀 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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