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팟캐스트에서 허삼관 매혈기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문학을 배운 적도 없는 작가 위화는 찰진 이야기꾼에 더 가깝다는 것, 그래서 더 재밌고 와 닿는 다는 것.  김영하는 누구나 책 한권 정도 쓸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 쯤 갖고 있다 했다. 나도 지난 해 돌아가신 우리 큰 이모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싶다. 큰 이모는 장난꾸러기 같은 인상에 전라도 지방의 희한한 욕을 구사하셨는데, 1분마다 빵 터지는 포인트가 있었다.

이모가 어릴 적, 그러니까 전쟁 통에 북한군, 남한군이 마을을 번갈아가며 점령했더랬다. 어떤 집에선 숲에 숨은 북한군의 협박을 받아 숲으로 밥 광주리를 배달하다가 국군에게 걸려 무참히 죽는 일도 있었댔다. 그 긴장된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노래를 엄청 잘하는 아이였던 이모가 북한군 점령때는 북한군이 가르쳐 준 노래를, 국군 점령때는 국군이 가르쳐 준 노래를 마을 회관에서 목청껏 불렀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노래 자락을 뽑아내었는데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책읽어주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글의 힘을 느낀다. 어떤 작가는 꼬리가 있는 남자에 대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는데, 세계 각지의 꼬리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뤄줘서 고맙다고 하는 편지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세상에 몇 없는 꼬리가 없는 사람들도 이토록 위로 받는데, 하물며 다양한 상황에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처한사람들이 받는 위로의 가짓수는 얼마나 많을까.  

이모가 돌아가시기 전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자세히 받아 적으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만 후회해서 뭐하겠는가. 나쁜 남자 콜랙터였던 친구의 질펀한 연애사나 인터뷰해서 적어놔야겠다. 음원이든, 글이든 누군가는 듣거나 읽고 좋아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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