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즈음 걸린 감기가 아직도 완전히 떨어지지 않는다. 힘은 안세도 면역력+체력 최강이라 감기 따윈 남들의 반정도만 앓곤 했는데 임신 중이라 뭔가 내분비가  달라진 모양. 엄밀히 말하면 감기기운은 딱히 안남아 있는데, 걸쭉한 코가 막혀있는 상태다. 다른 때는 모르겠는데, 잠자다 깨었을 때 특히 고역스럽다. 숨 쉬기 힘든데다 뱃 속 아이 때문에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있는 힘껏 코를 풀어내면 아주 잠시 시원하다가 이윽고 다시 먹먹. 길게도 가니 답답하고, '요 전엔 어떻게 이 상태에서 벗어났지? 마지막 코가 뚫리는 순간은 어떤 식이었더라?' 궁금해졌다.

이런 류의 감기를 앓은 건 사실 30여년 동안 빈번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토록 기억이 안나다니. 한 밤에 깨어 두 시간 뒤척이며 잠 못들 때는 '하나님 나 좀 재워주십사' 하다가 어느날 스리슬쩍 코가 뚫려버리면 마치 아무일 없었던 듯, 이게 원래인 양 기세등등 살아가는구나. 하나님이 인생에게 고난을 주실 땐 이런 가르침을 주시려고 하는 걸까 싶다.

...근데 글 쓰는 이 와중에 코가 뚫려있네 -_- 뭐지, 어떻게 된거지.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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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식 먹일 땐 조기를 끓여 생선살을 잘게 부순 어죽도 곧잘 먹였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생선국물만 먹어도 기침과 구토를 하고 목을 긁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보게 된다. 유제품은 생선처럼 심하진 않지만  붉게 올라온다. 유제품은 몸에 별로 안좋다, 대체할 수 있다 해서 상관없는데 그 좋아하는 생선의 맛을 보여줄 수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애 보는 앞에선 우리도 안먹는다.

이것 또한 지나갈까. 뱃속 탱고도 같으려나. 엄마는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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