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희한한 소리로 종알 거린다. 혼자 놀 때도 뭐라뭐라고 하는지. 예쁜 목소리가 꼭 새소리 같다. 길에서 자동차를 보면 초음파 목소리로 꺄아아오 소리를 지른다. 싸이즈가 클수록 더 크게. 도시 아이라 맨날 보는게 자동차라 그런가.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그래도 매일 숲 가까운 곳으로 가서 흙놀이하고 맑은 공기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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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과 밥을 분리하여 식판에 주기 시작했다. 소금기 있는 국이 턱과 볼에 닿으면 벌겋게 되어서 건더기만 건져주는데, 바닥에 있는 국물을 싹싹 긁어먹고 싶어한다. 엄마 닮아 국물쟁이로구나. 불과 몇 주 전에도 계란 흰자 먹으면 퉁퉁 붓도록 알레르기 반응이 왔는데, 어제는 조금 긁적거리는 정도였고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감자채볶음, 호박나물, 무나물, 미나리무침, 콩나물, 미역국, 날김, 씻은 묵은지, 계란찜 뭐든 잘 먹어서 메뉴 개발할 재미가 난다. 아기 밥을 먹이고 내 밥을 먹는데, 자기 밥 다 먹고도 내 밥 먹는 모습을 재밌는 영화 보듯 지켜보며 이 반찬 먹으라, 저 반찬 먹으라 찍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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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진료가 정말 필요한 걸까? 충분한 설명도 없이 권력자처럼 지시내리는 의사들을 보는 게 싫다. 그리고 뭔 종류의 검사가 그리 많은지. 지난번엔 없던 태아 인격장애 가능성 검사가 추가됐는데, 이런건 도대체 왜 하는건가? 설명없이 걍 하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의사가 싫어서 의사를 바꿨다. 첫째 때는 궁금해서 하루라도 자주 가고 싶었더랬다. 근데 이런 저런 검사결과가 혹시라도 '이상'으로 나온데도 아기를 지우거나 할 생각이 없는 사람조차 이런 저런 검사를 받아야 하는건지는 모르겠다. 이런 얘기 하면 별 이상한 인간 다보겠네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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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딸을 낳으면 좋겠다는 주변인들의 말에 '으응' 대답하긴 하지만 사실 반반이다. 상준이같은 아들 녀석이 하나 더 있었으면 하기도 하고, 딸을 키우는 내 모습이 상상이 잘 안가기도 한다. 예쁜 옷을 입혀주거나 어여쁘게 머리를 땋아주거나 할 자신이 없다. 내가 그렇게 안 컸기도 하고. 엄마한텐 딸이라지만 엄마랑 팔짱끼고 쇼핑하는 재미도 난 모르겠고, 남동생보다 엄마랑 특별한 유대감을 나누는지도 잘 모르겠다. 윗세대 여자분들은 상당수가 나쁜 남자와 살고 있으며 좋은 남편이라 하더라도 무심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 존재가 더 필요한지 몰라도. 나는 남편이랑 감정적 교감도 충분히 나누고 있기에 딱히 배우자 외에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을 누군가가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나중엔 달라지려나? 여튼 딸을 낳는다면 가수 씨엘이나 우주인 이소연같은 여장부 스탈도 괜찮다고 생각해봤다. 물론 핑크 공주 스탈의 상 여자라면... 내가 맞춰줘야지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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