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수석대표쯤 되려면 은유의 천재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님 기자의 오바인가 ㅋㅋ
슬픈 현실이다만 재미있는 아저씨들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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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타결 막바지였던 지난 2일 오후 고려호텔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공동보도문 발표를 앞두고 나눈 '덕담'이다.

▷권호웅 단장

= 북남관계에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 존재했다. 민족 앞에 면목이 없다. 이제 겨울이 없는 북남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재정 장관

=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했다. 내가 간 발자국이 훗날 이정표가 되니 잘해야 한다.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권호웅 단장

= 겨울이 물러가면 봄이 온다. 하지만 겨울 추위는 살이 시려도 봄추위는 뼈가 시리다는 말이 있다. 건강 조심해야 한다.

▷이재정 장관

= 이른 봄에는 땅에 아직 얼음이 있어 미끄러지고 빠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권호웅 단장

= 봄에 착실히 씨를 뿌려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야 한다. 북남관계에는 그러한 계절 만이 있어야 한다.

▷이재정 장관

= 우리가 결실을 맺는 날 봄비가 내려 참 좋다. 봄비는 축복의 비, 생명을 일깨우는 좋은 비다.

두 수석대표의 대화가 얼핏 들으면 덕담 같이 들려도 언중유골이라 북측은 '어차피 줄 거 시원시원하게 빨리 줘야 잘 풀린다'라는 것이고, 남측은 '당신들도 뭔가 확실하게 내놔야 주지 공짜가 어딨냐'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은연중에 든 대화였다.


노컷뉴스 3월 7일자 /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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