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혼집에 가서 청소를 했다.
(결혼 전까지는 재우가 들어와서 살 예정이에요)


낮에 입었던 데이트 복장이랑 높은 굽 신발을 벗어버리고
집에서 운동복 챙겨 입고, 아줌마처럼 썬캡 쓰고 시장 봐와서 빗자루랑 쓰레받기를 건네는 나를 보고 재우는 흐흐 웃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서 비질하고
10년 묵은 씽크대 기름때를 락스칠해서 벗겨내는 동안
이재우는 베란다에 물을 뿌리고 빗자루로 쏵쏵 밀어내고
방을 걸레질 하였다 .


(부끄럽게도) 평소 잘 하지 않는 일을 하다보니 얼마나 어설펐던지
나중에 들른 우리 엄마는 '이걸 어쩌나' 하셨더랬다.


근데 그렇게 땀이 비오듯 흐르는 중에도
나는 재우가 쏵쏵 비질하는 소리가 조지벤슨의 R&B보다도 감미롭게 들리고
너무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거였다.


대략 지난 연말 임금 인상분을 한꺼번에 받았던 것보다 오만배는 행복한 기분이었다.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행복 맘껏 누려야지. 진짜 행복 놓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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