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동네 친구 민정이와 백화점을 돌았다. 민정이는 화장품 전문가인데, 자기 화장품을 사면서 이런저런 테스터 화장품들을 내게 찍어 발라주었다. 내게 화장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로 분류된다. 다 커가지고는 화장이 왠지 쑥쓰럽고, 내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부드러운 솔이 샥샥 지나간 뺨에 분홍색이 기분 좋게 물들었을 때 기분이 두둥실 업되는 것은 역시 저항할 수 없었다.


좋은 향기가 나는 고운 색깔들이 작고 빛나는 상자 속에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광경은 정말 황홀하다. 찬란한 보석은 갖지 못해도 저 색깔상자는 하나 손에 넣고 싶은 그 마음이라니. 화장 갖추고 다닐 만큼 부지런하지 못해서 그렇지, 나도 여자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예쁘게 손톱을 칠하고 머리에 리본삔도 꽂을 수 있는 애들을 사실 나는 남몰래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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