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처음 사귀고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다정다감한 하쿠사마가 꼭 그와 닮아보였다. 그 다음부터 나는 그를 재우사마라고 불렀다.(사마는 일본어로 '님'이란다)

나도 먹을 것 주는 사람이 제일 좋아



어느 정도 사귀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얼핏 생각하는 것처럼 그는 순둥한 곰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었다. 늘 온유한 편이었지만 취향도 까다롭고 보수적이어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나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고 자주 울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나에겐 꼭 필요한 존재로 다가왔다. 나니아 연대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슬란 다음으로 마시위글인데, 그는 길쭉한 초록색 생명체이다. 음울하지만 지혜롭고 바른 길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그래서 나는 그를 잠시 마시위글이라고 불렀다.

그림은 맘에 안들지만 대략 이런 느낌?



그런데 오늘 스타트랙을 보고 나 혼자 재밌어가지고 혼났다. 거기 나오는 스팍이 완전 남편 캐릭터인데다가 얼굴도 왠지 닮은 것 같았다. 스팍은 평범한 인간보다는 지극히 논리정연하고 늘 평정을 유지하는 존재이나, 마음 한 쪽에 감성적인 구석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표정은 무표정하고, 아주 가끔 귀여운 표정을 보여준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미 나는 남편을 스팍이라 부르고 있었다.

감성적 인간과 논리적 버칸족의 혼혈 뾰족귀맨 (왼쪽)



아직 신혼이라서 그런가? 쳐다보기만 해도 너무 좋고, 자꾸 말걸고 싶고, 계속 옆에 있고 싶다. 주말이면 그래서 너무너무 신난다. 결혼 한 다음에는 주변 사람들한테 되도록 미루지 말고 결혼을 빨리 하라고 권한다. 같이 살면 참 좋은게 많다. 평생 재미있는 별명 백개 붙여줄거야-

스팍과 벚꽃행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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