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신청해도 안되는 ebs 스페이스 공짜공연, 소정이가 당첨되어 같이 가게 되었다.
정재열이라는 재즈 기타리스트의 무대인데, 들어본 적은 없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세션이 무려, 김 광 민 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재즈 아리스트!!

김광민씨가 아주 가까이 우리를 스쳐지나갈 때 우린 열광했다. 오, 착하게 생겼다!

정재열이란 사람은 아주 훌륭한 기타리스트였다. 그러나 나처럼 무지한 사람, 또는 소정이처럼 피아노에 관심이 많이 쏠린 사람은 김광민에게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김광민씨의 피아노는 아주 담백하고, 겸손했다.
미친듯한 스케일을 자랑하지 않았으나, 삘을 술술 풀어내었고
난해한 모던재즈의 코드조차 왠지 친근하게 연주하여 나의 맘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기타리스트를 서포트해주려는 그런 든든함과 다정함이 연주에 서려있었다...라고 하면 나의 오바인가? ㅋ

암튼
연주가 캐릭터를 반영한다면
그는 정말 담백하고 겸손한 아름다움을 지닌 인간이다.

나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연주하는 키스 쟈렛같은 왕감성쟁이는 조금 그렇드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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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열의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은 '모래놀이'이다.
기러기 아빠인 전재열은, 6살 아들이 학교에서 영어 실력 부족 때문에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학교 뒷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 이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가슴을 쥐어짜게하는 슬픈 멜로디였다.
소정이는 가슴에 손을 얹고 슬픈 얼굴로 감상하고, 뒷자리 누군가는 훌쩍였다.


아들아, 불쌍한 내 아들아
아빠는 이 멀리서 어찌할 방도가 없구나


그러나 하나님 아버지를 생각했다.
하나님은 내가 세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뒷마당에서 무력감에 모래를 가지고 놀고 있을 때 어떻게 하실까.


그 분은 절대 무력하지 않으시다. 모래놀이처럼 하잘것 없는 것을 통해서도 역사하실 것이고, 오히려 청명하게 그 음성을 들려주실 것이다. 쬐끄만 통에 숨어서 곡식을 까부르던 기드온에게처럼 '강한 용사여'부르실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배이화 그런 경험 많이 했다.
내게는 참 든든한 전능자 아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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