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다 깨어 울어도 눕힌 채로 토닥이면 다시 잠든지 꽤 되었는데, 오늘는 아무리 토닥여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공갈젖꼭지를 찾아 끝없이 몸부림을 쳤다. 안아올리니 젖뗀지 3개월 된 녀석이 젖을 찾는게 아닌가. ㅠㅠ 한참을 안고 토닥였다.
첫 이틀은 공갈젖꼭지를 안물어 아침 7시 까지 숙면을 하는가 했더니, 그 다음 이틀은 다시 새벽부터 깨어 울어재낀다. 인터넷에서 공갈 뗀 사례를 들어보면 한 2-3일 울다 포기한다던데, 울 아기에게는 그 기억이 더 깊고 강렬한가보다. 애 아빠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왜 애를 괴롭게 하느냐고, 다시 주자고 하고. 우선 일주일은 가보자 상준아. ㅠㅠ 자라는 게 쉽지 않지. 엄마가 한껏 도와줄게

지난 번 공갈젖꼭지를 무심코 떼려다가 나도 아가도 멘붕을 경험한 후, 일주일 내내 국내외의 사례를 찾았다. 내가 이것에 이처럼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내 못된 잠버릇, 이갈이 때문. 어릴 적 엄마가 손가락을 강제로 못빨게 했더니, 그 다음엔 귀가 곪아터지게 만지고, 그걸 강제로 못하게 했더니, 이젠 그게 잠재의식에 올라붙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를 갈게 하고 있는 것.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송곳니가 없다. 밤샘 능력이나 늦잠이 없어서 엠티 등등을 가면 매우 곤혹스러웠다. 시집 가서 남편이 놀랄지도 모른다는 것도 큰 걱정이었다. 차라리 나이스하게 코를 고는 편이 낫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정말 단호하고 엄격했는데, 닳아진 내 송곳니와 어릴 적 피나게 긁어 약해진 두피 등등을 보시면 아직까지도 미안해 하신다. 난 정말이지, 그걸 피하고 싶을 뿐이고 ㅠㅠ (다행히 남편은 잠 귀가 심히 어둡다 할렐루야 여호와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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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젖꼭지가 안좋은 이유들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주로 1) 영구치가 자랄 때 치열이 나빠짐 (의견 분분) 2) 언어와 감정표현 발달이 늦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상준이한테는 해당사항이 없는게, 상준이는 하루 중 낮잠과 밤잠을 잘 때 5~10분 정도 물고 있는 게 다라서 영구치에 영향을 주는 것도 미미할테고, 자기 직전 몇 분이 언어와 감정표현을 하는 시점도 아닐 것이기 때문. 그리고 지금처럼, 공갈 물리고 침대에만 눕히면 아무런 수면의식도 필요없이 스스로 잠드는 이 달콤함을 내 어찌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ㅠㅠ 하여 나중에 말 귀 알아먹을 때 떼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가, 그 때는 고집이 생겨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시도해보았다.

예전처럼 배신감이 들도록 공갈을 자르거나 하지 않았다.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오늘은 쪽쪽이 안하고 자는거야'를 주지시켰고 눈감고 자는 모양의 토끼를 가리키며, '봐, 토끼도 쪽쪽이 안 물고 자네' 말해주었다. 공갈 젖꼭지는 아예 치워버렸다.

아이의 피곤하고도 스트레스 없는 육신을 위해 오전엔 4.19탑에서 열혈 걸음마를, 오후에는 보육센터에서 폭풍 놀이를 시켰다. 피곤에 쩔은 아이는 침대에 있어야 할 쪽쪽이가 없으니 막 울어재꼈다. 쪽쪽이 대체물이 될만한 칫솔과 토끼인형을 놓아 주었는데 얘한테는 별 효과가 없었다.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며 다시 대화를 시도. 나와서 그네를 태워 반 혼절 상태를 만들었다. 다시 안고 들어가니 아까처럼은 안 울고 칭얼칭얼. 이때다 싶어 등을 토닥토닥하며 the lord bless you and keep you... and give you peace, and give you peace, and give you peace를 완전 간절히 불렀다. 아 근데 10분만에 그냥 잠들어주었다 ㅠㅠ

이렇게 공갈을 떼는건가? 샴페인을 터트려도 되는건가? 있다가 밤에 깨었을 때 휙 물려주기만 하면 되었던 공갈이 없는 상황은 어쩌지 ㅠㅠ

기록을 마친 이 시각 아홉시 십일분. 체력을 비축하려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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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때는 물리지 말까... 잠깐 생각해보다가

공갈로 인해 찾아왔던 내 삶의 평화를 떠올리고 망설여지네.

아냐, 지금은 이런 생각할 때가. 어서 자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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