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컵 두 달 째 사용 중이다. 블로거 현자들의 도움으로 첫 두 번의 시도 만에 마스터 함. 첫 생리는 외국 휴가지에서 터졌는데 완벽히 착용하고 매일 수영했다. 

왜! 이제야! 나타난거니!

우선 탐폰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자매들이여. 어서, 달려가서 생리컵을 구매하시길. 몸 속에 뭘 집어넣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미 없는 상태라면 하루라도 젊을 때 구매하여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가계지출을 줄이는 것이 지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리컵을 구할 수 없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십년간 사용되며 보편화한 생리컵을 우리 정부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를 불허했다. 미국에선 70년 넘게 사용해왔고, 현재 사용하는 나라만 50개국이 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안전성을 이유로 지난해 7월 판매가 금지됐다. 여성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맘 편히 생리할 권리조차 없- 한국일보 2017.1월 기사 중 

그렇다. 이 게으른 정부는 저소득층 소녀들의 생리대난이  제 아무리 이슈가 되어도 미친 가격을 조정한다던가, 생리컵을 도입하는 일도 안하고 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직구를 해야 하나, 비용을 따져보면 장기적으로 이득.  

생리컵 사용법은 네이버 블로그에 아주 친절히 소개되어 있으므로 굳이 반복하지는 않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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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망설이겠지? 나처럼. 직구의 부담 +'내 몸에 맞는 생리컵 고르기'에서 실패하면 어쩌나 고민하는 단계에서. 

우선 하나 사보라. 수십년 전통의 생리컵 제조사들이 알아서 다들 잘 만들었다. 우리의 질 입구는 생각보다 두려운 곳이 아니다. 애도 낳을 만큼 탄력있게 늘어나고 쉽게 다치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질에 대한 두려움, 혐오증, 과잉보호도 일종의 잘못된 사회학습이다. '우리의 그곳은 소중하다'는데, 귓구멍, 콧구멍도 똑같이 소중하다. 딱 그 정도로 조심스러워 하면 된다. 

다른 것은 수많은 블로그와 유튜브의 홍익인간들의 자료를 참고 하고, 내 기준 중요한 가이드는:

- 생리량이 많은 사람은 큰 컵, 작은 사람은 작은 컵 

- 그리고 웬만하면 일반형보다 좀 덜 부드러운 스포츠형. (그래봤자 실리콘) 안에서 잘 펴져서 새는 일이 없다. 

+아참. 외출도 한번 해봤는데, 물통을 휴대하고 다닌다거나 종이컵을 구할 수 있다면 화장실 안에서 닦고 다시 집어 넣고 하는 일에 큰 문제없다. 모든 것은 연습을 통해 개선된다. 


최고의 한파라는 날에도 스웨터 한장 입고 뛰쳐나가던 아이에게, '건강'이란 건 할 일 없는 노인네들의 고루한 설교주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생각이고 자시고 할 것 없는 타고난 조건이 아니었던가. 하루 세 끼 라면을 먹어도 날씬한 몸에 활력이 넘치고 전날 무리해도 한 잠 자기만 하면 괜찮아지는 그런 시절... 은 가버렸다. 완전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 머나먼 곳으로. 싸늘한 연인처럼 나의 오만을 비웃으며 떠나버렸다. 아. 불혹을 앞두고 청춘의 무지함을 회개합니다.   

먼 곳이 뿌옇게 안보이고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쉬이 피곤해져서 덜컥 걱정이 들었다. 라섹 수술 이후 지속적인 시력 저하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이러다 안보이게 되는 거 아닌가. 다시 빙글빙글 안경인건가. 병원에 갔더니 '근시가 재발했고, 안구 건조증이 심할 뿐, 눈은 건강합니다.' 

사실 걱정의 주된 요인은 시력 저하였는데, 의사선생님이 '그냥 근시가 재발한거에요' 라고 편안하게 말씀하시니 어쩐지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그래. 빙글빙글 안경이 대수냐. 눈이 건강하다는데. 흐히힉 하며 안경 처방전을 받아 집으로 랄랄라 돌아왔다. 

인터넷에서 '시력이 좋아지는 법'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먼곳을 보다 가까운 곳을 보세요. 눈 스트레칭을 하세요. 그래 그걸 해보자. 

산 속에 푹 감싸 안겨진 우리 동네. 나서 자라며 매일 보던 인수봉, 그 옆의 백운대, 그보다 야트막하고 가까운 동산의 낮은 곡선을 바라보다가, 손의 도드라진 뼈와, 모공, 수북한 잔털들, 푸르스름한 핏줄,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힌 손금을 찬찬히 본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매일 마주하지만 당연하지는 않다. 

그간 비루하고 치졸한 정신을 지탱해주고 감싸 안아준 내 몸에게 사과를 건낸다. 아로나민 골드와 루테인을 곁들여. 

있을 때 잘 하라 이거야!


아이들이 잠들고 옷을 갈아입는다. 녀석들이 코흘리는 계절에는 늘 내 소매나 옷자락에 허연 자국이 남아있다. 분명 달려와서 얼굴을 파묻고 울었을 때 묻은 것일테지  생각하니 마음이 간질간질 웃음이 나온다. 오늘도 역시 엄청난 찬사와 집착과 사랑을 받았다. 엄마 예뻐. 엄마가 좋아요. 엄마 어딨어요. 엄마 책 읽어주세요. 엄마 장난치지 마요. 엄마, 엄마, 엄마

나도 엄마를 이렇게 좋아한 적이 있었을까. 왜 그런 기억은 하나도 안나고 엄마를 증오하고 저주하고 미워하기로 결정한 7살, 9살, 12살, 17살의 기억들만 선명한 걸까. 비합리적인 이유로 나를 때렸던, 자기 분에 못이겨 머리채를 잡았던, 쌍욕을 퍼붓던, 빨개벗겨 내쫓았던, 내 인생을 지옥으로 만든 그의 모습만 말이다.

아이들의 사랑은 점점 나를 떠나 세상으로 타인으로 옮겨가겠지. 적어도 생각만 해도 우울해지는 존재는 되지 않아야겠다. 화내지 말아야지.  

라디오에서 아들의 스무살 생일을 축하하는 메세지가 흘러나왔다. '너를 키우며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단다.'
뭔가 울컥했는데, 공감 보다는 세월의 질감이랄까 무게감이랄까, 아무튼 그런게 밀려와서였다. 


내 버젼은
너를 키우는 매일은 울고 웃고 절망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나날들이었어. 그런데도 너는 그 생명력으로 이렇게나 아름답게 자라주었구나. 고맙고 미안하고 축하해.


출근 하기 전 요래 놓고 감. 

아픔마저 달콤하구나. 사랑이 나를 매일 구원한다.  



인스타그램 인기인(이라기엔 팔로워수가 만명도 채 안되는)들이 악플러와 안면 없는 고소인들과 싸우고 상처 받는 걸 보며, 어둠에 뭍혀 미움의 싹을 배양하는 이들이 신경쓰인다. 그들은 누구일까, 도대체 삶은 살 수 있을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의 마음은 얼마나 만신창이일까. 

..라고 남 걱정 할 시간에 컴터를 끄고 봄 햇살 맞으러 나가야겠다. 포켓몬도 잡고 ㅎㅎ  


이어폰을 타고 사각사각, 스르륵, 틱틱, 쩝쩝 소리가  귀에 흘러 들어오면 화면 너머의 누군가와 닿은 기분이 들었다. 컨셉들은 먹방, 촉감 놀이(모래, 비닐 등), 서비스 제공(면도, 귀파주기, 헤어샵, 책 읽어주기 등), 롤플레이(연인, 영화캐릭터, 주술사, 간호사 등 각종 직업인들)로 아주 다양하다.  댓글엔 사람들이 무슨 느낌이었는지, 어느 시점이 제일 좋은지 서로 공감하며 팬심을 불태우는 대잔치가 일어나는데, 이런 대화합의 장이 또 없다. 한 잘생긴 라틴계 남자의 채널에는 꽤나 수위 높은 섹시 컨셉 ASMR이 많았는데, 남녀 할 것 없이 그 곳에 드러누운 이들이 많았다. '나 남자인데, 게이가 된 기분이야.' 

결국 본질은 만지고, 속삭여주는 스킨십이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지만 나이 들수록 부인되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와 닿고 싶은 욕망은 재빨리 미성숙함이나 잘못으로 치부되어 지적을 받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ASMR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이어폰을 타고 나를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만들어 내는 소리에서 따뜻함과 안식을 찾는 일은 분명 무해하지만, 어쩐지 슬프다. 곁에 있는 이를 안아주는 일, 부드럽게 눈을 맞추는 일이 어렵지 않다면 헬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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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막 낳았을 때였다. 나보다 다섯달 먼저 출산한 그는 산후조리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꼭 안아주었다.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나의 마음의 벽이 얇아지는 순간이었다. 저 사람이라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그가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났다. 아직 나누지 못한 얘기들이 많았는데. 참 고마웠다고 전하지도 못했는데.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하지만 그의 기억은 그 따뜻한 포옹으로 남아있다. 

말 주변은 없지만 두 팔이 있다. 관절이 움직여 무언가를 감싸줄 수 있는. 오직 밥숟갈을 뜬다거나 자판을 두들리는 용도였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도 괜찮았을거다. 아껴서 뭐하겠나. 




길고 긴 추위에 우울의 늪에서 질식하기 직전 여름나라로 휴가를 다녀왔다. 하루 세끼 메뉴 고민도 필요없는 곳에서 아침 먹고 수영, 점심 먹고 수영, 심지어 저녁 먹고 수영 했다. 여행이 이렇게 안식인 적이 얼마 만인가. 아들 둘도 이젠 자기들끼리 상황극으로 누구 하나가 울음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꽤나 긴 시간을 보낸다.  체크인 하는 안락한 소파에 녀석들이 쿠션으로 기차놀이를 하는 동안 웃음을 가득 띤 호텔직원이 머리에 조심스레 꽃을 꽂아주었다. 순간 배경음악이 흐르며 새로운 문이 열리며 한바퀴 휭 돌아 변신하는 기분.. 그간 애 키우며 춥고 지루한 하루 하루를 버티느라 고생했어, 스스로를 토닥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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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새 학기를 시작했다. 칼바람이 부는데 예전처럼고통스럽지 않다. 충전했으니 또 달리거나, 버티거나 해야겠다. 우선 집 정리와 중고물품 처분.

  1. 정인 2017.02.23 07:37

    굿굿! 울 이화언니 애둘 엄마인데도 저렇게 늘씬늘씬 이쁘다니... 다이어트 좀 더 힘내봐야겠군요! 충전했으니 일년 또 잘 살아봅시다 :)

  2. 정인 2017.02.23 11:27

    오예!

  3. unfoldnarae:) 2017.02.24 22:40 신고

    너무 너무 멋있고, 아름다워요❤

지난 밤, 철 지난 영드 한 편 보고 너무 슬펐는지 꿈에서도 슬픈 노래가 흘러 잠을 설쳤다. 애들 등원시키고 녹음 한 걸 로직으로 찍어 반복 걸어놓고 들으니 더 슬퍼졌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할 수가 없는데다 용기도 점점 사라진다. 그럴 땐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이렇게 기다리다 끝나는 걸까.

  1. 2017.01.19 10:43

    비밀댓글입니다

  2. 이화 siji 2017.01.19 10:56 신고

    주기적으로 이러기 때문에 괜찮아 :) 그래도 정인이는 만날란다. 연락할게

사진 한 장에 프랑스 자수에 꽂혔는데, 그래서 동네 공방 연락까지 다 해 놨는데, 찬 바람 맞고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 사람이랑 안면 트고 인사하기가 무섭다. 전화벨이 울리면 무섭다. 전화를 해야 하는 것도 무섭다. 따뜻한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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