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은 자리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을 감수하기로 하고 아기에게 숟가락을 쥐게 만들었더니, 두 그릇 먹고도 허전해하여 바나나, 고구마로 마무리되어야 했던 식욕이 줄어들었다.
이것이 스스로 함의 힘. 아기에게도 그게 적용될줄은 몰랐네. 장난스럽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가 태명을 '쌈바'라고 지은 건 딴엔 매우 진지했다. 상준이가 무슨 일을 하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음 좋겠다. 그 삶에 자족과 흥이 넘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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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서 똥 최초로 쌈. 뭘 알고 그러는 것 같지는 않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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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질도 시켜봤는데 반정도 밖에 안흘리네. 더 게걸스럽게 먹고. 그래, 먹고 싸기-밥 숟가락질 하고 똥 오줌 가리기 마스터 해야 비로소 어디다 맡길 수 있지 않겠나.

남편 왈, "상준이가 우리 회사 여직원들 만큼 먹는 것 같아."

끼니마다 큰 공기 반그릇에 바나나 또는 고구마 하나도 부족하다고 울어 과자를 몇 개 쥐어주고 안볼 때 그릇을 치워버려야 한다. 물론 간식도 대형 딸기 5-6알 가지고는 택도 없어서 또 과자로 유인한다. 이제는 어른 먹는 것도 달라며 아, 아, 아 한다. 무나물이랑 고사리 나물, 국에 들어간 두부, 빵, 김 등을 마구 흡입하기 시작했다. 식탁 위에 둔 김 통을 혼자 열어 먹고 있더라. 그래도 팔 다리에 살이 안찜은 어찜이뇨.

시골 이모집서 소가 여물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시간 넘게 쭈그리고 앉아 봤던 기억이 난다. 소도 이쁜데 내 자식이 뭐 먹는 것만큼 황홀한 장면이 어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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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좋아해서 나갔다가 들어오면 막 성질부린다. 지난 토요일 친척 결혼식에서 오만상으로 서비스 웃음을 계속 날리는데 너무 웃겼다. 엄마랑 맨날 집에 있어서 그러니.  

 

가슴에 귀를 대고 '상준아, 엄마 안아주세요' 하면 두 팔 한 가득 안고 토닥토닥까지 해준다.
오늘은 인어공주 그림책에서 인어공주가 해변가에 쓰러진 왕자의 얼굴을 쓰다듬는 대목에서 씨익 웃으며 불현듯 또 나의 얼굴을 안아주네. 여긴 천국이로구나.
아들에게 바라는 것. 오늘처럼 늘 엄마를 안아주면 좋겠다. 그거 하나는 바래도 되겠지? 안아주고 싶은, 좋은 엄마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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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다녀온 이후로 잠버릇이 후퇴했다. 엄마가 이틀 옆자리에 누워 자는 경험이 달콤했었니. 어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누웠다 칭얼댔다 하기를 한 시간 동안 ㅠㅠ 어디를 갈 땐 침대 들고 다녀야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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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엄마가 꼭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주니 저만치 혼자 놀던 아기가 성큼성큼 기어와서 아빠를 퍽 때렸다. 웃기기도 하고, 둘째 낳으면 어쩌려나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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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크레파스로 정확히 스케치북 위에 칠한다. 집중력이 대단하다. 어제는 한 시간을 꼬박 그렸다. 내가 딸기나 바나나, 토끼, 고슴도치, 구름 같은 상준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려주면 그 위에다 덧칠하는 수준. 근데 그만 그리려고 하면 울고 불고 난리치며 크레파스를 내 손에 다시 쥐어준다. 엄마, 아빠가 둘 다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는 것을 많이 좋아했었는데 너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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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편해졌는데, 칭얼과 짜증이 늘었다. 그 무섭다는 자아가 올라오고 있는 것인가! 몸부림 치는 아가 뒤통수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기를 수번. 멍이 안든게 다행 ㅠㅠ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는 아기 그림을 보고 '이렇게 웃어봐' 하니 따라한 지 며칠, 오늘은 '움움'하며 우는 사자 흉내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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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잠드는 모습을 가만히 보니, 옆으로 누워 자기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다. 예전 창조과학 시간, 김명현 교수님 말씀이 기억난다. 손바닥에 그려진 하나님의 창조의 손길을 보라고. 상준이도 그걸 느끼고 있는걸까. 잘 노는 아들을 보며 남편과 늘상 놀라고 감사해 한다. 우리에게 이런 복을 주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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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짚으며 일, 이, 삼, 사를 가르쳐 주었는데, '이' 발음이 제일 만만한지, 며칠 전부터는 모든 문자와 숫자들을 보고 '이-' 한다. '이'발음을 하니 '야' 발음도 하네. 그 이후로는 쟈쟈제제베베디디데데 희한한 소리를 많이 내기 시작. 신통방통. 아기의 발음을 들어보면 아직 어느 언어의 발음체계로 굳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v발음이나 th발음 같은 것도 나오는 것 같다. 듣기 참 좋다. 예쁜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지금 뿐이겠지. 말은 다 알아듣는 것 같아서 점점 더 재밌어진다. 언제 너랑 재미나게 이야기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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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떼기를 고집스레 하지 않던 아기는 설날 하루 전부터 제법 아장아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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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빠가 자기 이마에, 그리고 내 볼에 뽀뽀하고 출근하면 질세라 달려와서 내게 뽀뽀한다. 천사의 터치. 흥건한 ㅎㅎ

 

 

부쩍 혼자 잘 논다. 블럭같이 뭔가 끼우는 구조의 물건이 있으면 더더욱.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엄마가 꿀잠 자는 동안에도 내내 한 가지에 집중하며 노는 아이의 뒷 모습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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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위스퍼에서는 보통의 육아전문가들보다 빨리 배변훈련을 권한다. 혹시나 해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변기 앉히기를 실행해봤는데, 쪼로록 오줌을 싸는게 아닌가! 로또 당첨된 것처럼 좋아하라고 한 책의 지시대로 오바, 육바하며 좋아했다. 아기도 변기 앉는게 재밌는지, 내리자 그래도 안내리고. 내일이 기대된다.

 

 

 

요전 누군가 말했다. 언젠가 아기가 어느 구석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 먼지 파먹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아니나 다들까, 거실 샷시 밑 먼지를 검지로 억지로 파내어 입으로 가져가는게 아닌가. 후닥닥 달려들어 뺐고 손을 씻어주었다.

이것저것 닦는다고 닦지만 아기는 예기치 못한 것을 물고 빨고 한다. 그닥 깔끔하지 않은 나로서는 더 큰 도전이다. 그러다가 그냥 어느 순간 조금 포기가 되더라. 그리고 이상한 긍정화 작용- '죽지는 않겠지'->'면역력이 올라갈거야!' - 이 더해져서 멘붕에 빠지지는 않고 있다.

집안에 먼지 한 톨 없이 살면서 아기를 비위생으로부터 감시하는 것, 하고 싶지도 않지만, 사실 할 수도 없다. 집 너무 깨끗하게 치우느니 책 한줄 더 읽으라는 어떤 댓글에 무한 공감이 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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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는 뽀뽀도 해준다. 침이 흥건한 아기의 뽀뽀는 정말 황홀하다.

 

 

내 이미지 속 우리 아기. 잠들면 보고 싶어지는 저 부리부리한 눈.

아기가 퀸사이즈 침대에 깔려 있는 극세사 이불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아기침대용 이불을 깔아주었더니!이불을 만끽하며 잠자리를 즐기는 것이었다!! (이런 것도 즈이 아빠 닮았냐)

진작에 바꿔주지 못한게 미안하네. 눕혀놓고 곁을 지키지 않아도 스스로 잠이 드는 경지를 와인 반잔으로 자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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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8시 30분 전후로 드는 것은 만족이나, 아침 5:30분에 깨는 것은 아직도 힘드네. 한 이틀 나도 아기 잠드는 시간에 잤는데, 소중한 밤시간을 날린 기분. 그러나 아침에 기운 찬 이상준이랑 놀아주려면 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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