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겠다는 의사표현을 하고 변기에 앉아 (다소 빗나가긴 했지만 윽)최초로 똥을 쌌다. 너무 예뻐서 똥 사진 찍어놓고 출장간 남편에게까지 보냈다. 장성한 남자가 되어서 엄마 왜 이리 주책바가지냐고 소리를 한다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게 지금, 아니 내 인생의 최대행복. 이쁜 내시끼 똥.

하지만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내 눈에나 예쁜 거겠지요. 그리고 언젠간 장가도 갈테니까요 ㅎㅎ

기본적으로 고집이 세지 않아서 다루기 쉬웠던 아이, 때리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나를!  달래고 얼러도 안듣길래 아주 큰 목소리로 '이놈!' 꾸짖기도 하고 손을 찰싹 때리기도 했는데 그 순간 마저도 멈추지를 않는다.

육아 선배들한테 물어보니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훈육을 하기 보단 순간 순간 관심을 전환 시켜보라고 한다. 사실 또래 아이들이 서로서로 때리는 건 다반사인데, 손도 맵고 덩치도 커단 녀석이 몸무게가 자기의 2/3밖에 안나가는 여자아이를 정조준하여 때리거나 대포알 박치기를 할 땐 걔네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에 죽을 맛.

동생봐서 그런다는데, 더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줘야겠다. 난 진짜 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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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던 완두콩은 갑자기 뱉어버리고, 늘 뱉어버리던 고기들은 어느새 잘 먹기 시작했다. 외할머니가 해주신 소고기 장조림에 무섭게 꽃혀서 와구와구. 살은 뽀동해져서 부리부리했던 눈이 왠지 작아지는 기분. 안씹고 막 삼켜서 토하는 일이 잦아 걱정했는데, 다른 잘먹는 아가 엄마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생선에 환장하는데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두 돌 지나면 다시 먹여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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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엔 체력이 급 저하되어 아들의 매운 손에 찰싹 맞고 우울해져버렸다. 멍하니 가만 있다가 "너 누구 닮아서 이러니?" 물었는데 이놈이 "엄마~ 닮았네~~" 하는거 아닌가. 빵 터져서 뽀뽀해줬다. 요즘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송아지 송아지'다. 그리고 진짜 엄마 닮아서 그러는 거다. 못된 엄마 말고 온유한 아빠 닮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ㅎㅎ

포도, 자두 같은 신 과일을 좋아하고 초록색을 좋아해서 그 크레파스가 없어지면 울음을 터뜨린다. 잠옷도 '초록색 바지!!' 를 찾고 이를 안닦으려고 하면 "초록색 칫솔 줄까?" 하면 어김없이 뒤돌아 칫솔을 받으러 달려온다. 우동을 좋아한다. 날 닮은 모습이 신기하고 예쁘다.    

아이가 깨어 두 시간 남짓 칭얼대며 뒹굴거렸다. 다시 규칙적인 숨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며 짜증을 잠재운다. 잠 못드는 밤은 기도를 위한 것이 아니던가.
병마와 싸우는 이를 위해, 자기 자리에서 제각기의 문제로 고투하는 친구들을 위해, 치졸함과 교만으로 가득찬 못된 자아가 두 생명을 키워낼 때 다만 악에서 구해달라고 눈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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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잠꼬대로 아앙 울기도 하고 킥킥 웃기도 한다. 좀 전 잠든 녀석, 이 번엔 노래하듯 길게 소리를 아아--내지른다. 도대체 무슨 꿈을 꾸길래.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피곤한 엄마는 아랑곳 않고 방을 나가자고 재촉한다. 자동차 친구들이 밤새 잘 있었는지, 창밖에 경비 아저씨가 멋진 도구로 비질은 잘 하고 계신지 체크하는 등, 하고픈 일이 너무 많아 침대에 있는 시간이 아까운 모양이다. 아, 엄마는 수면주기를 또 놓친데다, 뱃 속 녀석은 요동을 치고. 어서 자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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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면 따라 부른다. 랄라-라 같이 노래부를 때의 그 기분이란.

늘 식판은 깨끗하게 비우지만 잠시 주춤했던 입맛은 다시 돌아왔다. 잘 먹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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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행복한 육아'란 책을 읽고 아이 반찬 마련에 크게 집착 안하기로. 우리 나라 사람들은 특히 음식에 집착이 심해서 애기 한테도 오첩 반상을 차려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단다. 것도, 메뉴를 계속 바꿔가며. 아닌척 했지만 음식에 한 집착하는 내게도 은근 그 압박이 있었던 듯. 도대체 식판에 구멍은 왜 그리 많은거냐 ㅋㅋ  영양소 불균형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냥 잘 먹는거 계속 주면 된다. 다행히 점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나고 있다. 상준이는 소고기를 안좋아하는데, 냅두자. 나중에 먹지 말래도 먹을텐데.ㅎ

이 시기 육아의 상당 부분은 '기다려주기'가 관건인 것 같다. 땡볕 아래 산책도 느긋하게. 후딱 먹고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도 누르고 식탁 앞에서도 느긋하게. 나물류를 하나 하나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색감과 촉감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도록 하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아들보다 잘생긴 남자가 없어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좋아하던 공유도 하찮아지다니. 그러나 탑과는 동급인걸로. 아 둘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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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더기 비름나물, 많은 줄 알았더니 재차 씻고 데쳐 꼭 짜서 무쳐놓으니 허무하게도 작은 글라스락에 쏙 들어가는구나. 엄마 입엔 맛있는데, 너도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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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준이가 잠든 후 저녁 설겆이를 한다. 

결혼전엔 집안일엔 손하나 까딱 안했다. 지가 입던 옷도 허물벗듯 척척 벗어 치우지도 않던 나였거늘. 엄마의 잔소리는 잔소리였을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매일 같은 시간에 매끼에 먹은 설겆이를 재깍 재깍 한다. 그 뿐인가, 틈만 나면 청소기를 돌리다니! 게으름의 여왕. 내가!!

신기한 건 반복되는 일상인데 지루하지 않다. 아까 상준이가 어떤 반찬을 좋아하며 잘 먹었는지 생각하며 웃고, 물컵을 깨끗이 씻으며 내일 물을 찾을 아이를 상상한다. 그리고 이내 사랑으로 가득찬 경건한 마음이 생긴다. 몸은 무거운데 마음은 가볍다.

아이를 키운다는게 이런건가 싶다. 모든 사람이 아이를 낳고 키워야 된다는 건 너무 억지스럽다만, 적어도 내겐 인생에 없어선 안될 최고의 경험이다. 매일 설겆이하며, 청소기 돌리며, 아기와 산책하며, 재우며  나의 죄를 고하고, 도우심을 구하고, 더 좋은 방향을 생각한다.  

 

며칠 전 만해도 상준이는 그림 그리기, 아니 자동차 그리기에 너무 집중했다. 자동차 수십대를 그리다 지쳐 스케치북을 숨기기에 이르렀고, 자동차를 그리느니 땡볕에 나가는게 덜 고생스러워서 '나가자'하고 유인하곤 했다.

그런데 한 이틀 전부터 '음머어'소리를 내며 소 그림을 찾는다. 소 그림 페이지에 구석구석 나온 그림들도 설명해줘야 한다. 자기 직전에도 '음머어'를 찾아서 곤혹스럽기도 했다.

아기는 날이 갈수록 통통해서 또 한번 얼굴이 변했다. 많은 단어를 얘기하고 싫다는 표현도 하기 시작했다. 그깟 그림, 음머 많이 그려주고 보여줘야지. 이 때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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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던 목사님의 고지식한 생각에 많이 실망하는 요즘이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분이 어떻게 난이도 '하'의 중차대한 사회 이슈에 대해 '난 모른다'며 이성적 판단의 끈을 아무렇지도 않게 놓아버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비슷한 분들이 많이 계신 다는 걸 기억했다. 그리고 이런 걸 '세대차'라고 하는구나 새삼 느꼈다. 그냥 그 분들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연세 지긋해도 유연하고 쿨한데다 이슈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박원순, 노회찬 같은 사람.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젊은 사람보다 훨씬 센스가 넘쳐서 받아치는 것도 빵 터지게 웃기다.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고 매력이 넘친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나이와 관계없는 유연한 사고와 겸손한 태도인 것 같다. 외국인 중에 그런 류가 더 많은 까닭은 유교적 위계질서같은 것이 깔려 있지 않은 것 같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세대랑도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사람 되고 싶다. 아, 중년이 코앞으로 다가온건가.  

순하던 녀석이 슬 고집부리며 떼를 쓴다. 엄마를 때리기도 하고. 동생 보면 그렇다더니. 15분이면 잠드는데 한시간을 울어 제꼈다. 홧김에 밀치듯 눕히고 엄한 목소리로 말한 것이 역효과가 난듯 하다. 평소랑 달리 할머니에게 네 시간이나 맡기고 결혼식을 다녀온 탓에 리듬이 깨져서 일수도 있겠고.
탱고의 태동이 많이 늘었다. 이 엄마는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다혈질 엄마의 실수를 상준아 용서해주렴.



엄마 닮은 신맛 매니아 아들, 레몬 먹는 중. 성격은 아빠 닮아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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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저녁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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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해준게 제일 맛있어! 란 말이 들리는 듯 하다


'여자라서 행복해요'란 말은 개소리라 생각했다. 인간으로서 행복한 적은 많았으나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여자이기에 행복하다 느낀 적은 없었다. 전혀 가부장적이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것은 감사한 일이나, 그 이후 준비 안된 상태에서 맞닥뜨린 세상은 이해도 안가고 살기 참 빡센 곳이었다. 지금도 딱히 사회 부적응자 수준을 벗어난 건 아니다.  군대 안가서 행복해요, 했어야 하나? 이건 행복이라기보단 안도겠지.
그랬던 내가 요즘 여자라서 행복하다. 부른 배로 땡볕에 유모차를 밀면서 땀을 비오듯 흘려도 아들의 예쁜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솟구친다. '엄마'하며 매달리는 녀석의 달콤한 집착이 참 좋다. 매일 밤 잠든 얼굴을 보며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도 참 좋다. 우주 최고의 남자 이재우랑 연애할 때보다 훨씬 좋다. 신혼여행으로 유럽 럭셔리 크루즈 여행을 한다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친구가 전혀 부럽지않다.  엄마 되기. 고마워 이상준. 너랑 함께 하는 지금 이순간, 매일 매일이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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