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뒤집을 수는 없지만 몸을 베베 꼰다 - 통통한 뽈의 실루엣



몸을 뒤집는 시도를 하려는가 했더니 내키면 하고 안내키면 안하는 것 같다. 자기 손 빨기 좋은 최적의 위치인 것은 틀림없다.

백일이 가까워 오니 전보다 훨씬 많이 보챈다. 전에는 '에엥' 울다 말았는데 이젠 온 힘을 다해 폭발적으로 1분 간을 울어댄다. 근데 이 울음 소리가 내 귀에 캔디..가 아니라 귀를 찢는 초음파 같다. 내 귀가 약한 걸까? 잠시 멍해져서 아가를 잠잠해지길 바라보다가 수습. 그리고 이윽고 미안해진다. 근데 그 찢어지는 고성이 터져나오는 스피커를 내 귀에 감히 가까이 댈 수가 없다. 귀마개를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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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을 하러 슬링으로 아기를 매고 한 정거장 정도 걸어다녀왔다. 유모차는 아직도 뭘살지 고민이라 8kg을 짊어지고 이 고생을 한다. 다녀온 다음 엄청 뿌듯해서 엄마랑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별걸 다 자랑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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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얼추 임신전만큼 회복되었으나 배는 아직도 볼록. 차에 장착한 블랙박스를 확인하는 남편이 나와 남편이 걸어오는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완전 뚱땡이 아줌마였다. 이젠 하이힐도 못신는데. 피나는 노력+모유수유로 한 5킬로만 더 감량하길 바라지만...

침을 줄줄 흘려댄다. 침을 닦아주면 꺄르륵 웃는다. 그 소리가 너무 예뻐서 엄마랑 계속 닦아줬다. 녹음하자고 법썩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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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깐 돌아섰다가 보니 몸을 활처럼 뒤로 재껴서 뒤집기 시도중. 몸통은 다 넘어갔는데 몸의 1/4을 차지하는 머리와 거기 깔린 팔을 어찌 할 줄 몰라한다. 근데 힘들어 하기 보단 즐기는 것 같아서 잠시 그냥 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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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더니 몸통을 휙 뒤집는다. 어제보다 훨씬 수월하게. 이젠 잠시 움직일 때도 아기침대 기둥 세워놓아야 겠다.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아침 똥 생산하고 세상에서 젤 평안한 표정이 된다. 두 주 넘게 쌓아두다가 똥폭탄을 쏟아내곤 했는데. 이젠 장 기능도 제 자리 잡는가보다. 아가 똥폭탄 처리하다 온 집안에 똥칠하던 초보엄마도 이젠 능숙히 똥 잘 치운다. 엄마한테 '나 잘했지' 자랑했다.

보컬이 강조되는 디에고 아저씨 음악을 들으면 상준이도 질세라 흥얼거린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면 좋겠다.
상준이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길 기도하다가 내게도 주시길 빈다. 내가 비겁하고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 아들이 그 반대로 자랄 리 없다. 오늘도 사무실서 지뢰와 같은 전화를 받고도 한숨 쉬지 않기로 한 이유이다. 지레 절망하고 내빼지 않겠습니다.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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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예고없이 김동호 목사님이 정의교회에 설교하러 오셨다. 예배 후 찾아가 기도부탁 드렸더니 아가를 기다린 시간을 아시는 목사님, 아가를 안고 '비싼 놈' 하시네.

하나님 우리 상준이
머리 될 지언정 꼬리되지 말게 하시고
머리 되어 남에게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섬기게 하시고 살리게 하소서

좋은 친구, 좋은 배필, 좋은 선생 주소서

목사님의 아이 축복기도 레파토리 아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그렁그렁한 날 보시며 '얘가 너 닮았다' 하셨다.
자고 일어난 자리, 검은 잔털이 수북하다. 배냇머리 교체 중인가. 근데 나도 빠지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 머리결도 완전 빗자루. 헤어스탈 진짜 최악인데, 어떻게 해야 육아에도 지장없고 거을 볼 때 자존감도 안무너지는지 고민 중 ㅋㅋ 

뭐든지 입에 닿으면 빨고 본다. 병아리 조동아리 내밀고 침 질질. 귀엽다.

등만 긁어줘도 벌겋게 일어나는  즈이 아빠 닮아 피부가 약하다. 목에 진물이 나는 원인이 목까지 단추 잠그는 내의 때문임을 알고 그간 입혀 온 것에 속상해 죽을 뻔. 장생이 사준 오프숄더 바디 수트만 당분간 입혀야지. 근데 오늘 아침 운동 다녀온 사이 엄마의 옷 갈아 입히기 놀이 때문에 또 빨개졌다. 말 했는데! 그러나 염치가 있기에 화는 안냈다. 

엄마는 손자 머리에 삔 꽂고 핑크색 두건 두르는 등의 장난을 좋아한다. 이런 분이 왜 난 옆집오빠가 입던 못생긴, 단추방향도 반대인 똥색 잠바를 입혔지. 입기 싫다는 애를 막 혼내면서.  그러나 염치가 있기에 상처로 담아두지 않는다. (정말 싫었는지 잠바 디테일까지 다 기억나지만 ㅎㅎ)  지독한 가난도 추억. 



발육은 전반적으로 빠르나 엎드려 고개 쳐드는 자세는 머리가 무거워 아직은 무리려니 했다. 말 나온 김에 퇴근한 남편과 시험삼아 엎어봤는데 이 녀석 아! 아! 환희에 찬 소리를 지르며(얼굴은 웃고 있었기에 그리 추정) 고개를 치켜드는게 아닌가. 그게 웃겨서 또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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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도 못하는 녀석이 일어서고 싶은지 다리를 쭉쭉 뻗는다. 양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들어주면 또 환희에 찬 얼굴로 입을 헤 벌리고 좋아아 한다. 누워서 잘 있더니 안아달라고 보채는 게 좀 늘었다. 7.8 kg짜리 아령으로 팔운동한다.
밥 먹거나 집안일 하느라 혼자 침대에 아기를 눕혀 놓을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조용해진 아가가 궁금해져서 살금살금 다가가 엿본다. 요즘 상준이의 관심사는 자기 손. 양팔을 척 치켜올리고 주먹을 멋진 조형물 보는 양 황홀하게 감상하고 있다. 히히히 마음이 또 간질간질. 맞아, 니 주먹 정말 이뻐,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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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먹으로 얼굴을 긁어서 작은 상처들이 난다. 그래놓고 배시시 쪼개기는! 늘 똑같지만 행복한 하루하루가 잘도 가네.
발버둥쳐서 양말 벗겨진 한쪽 발을 만져본다. 천사 날개처럼 생겼다. 감촉도.
난 또 잠을 설치겠지만 행복하다.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50일 되면 무언가 달라진다더니, 상준이가 나를 정확히 보고 웃는다. 전에는 혼자서 모빌보면서도 잘 놀더니, 이제는 잠깐 자리를 뜨면 작은 소리로 '어어이'하고 부른다. 설겆이를 채 마치지 못하고 달려오는 발걸음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밤에 잠자는 시간도 2시간에서 3시간, 지난 밤엔 무려 5시간(!)으로 늘어났다. 우왕좌왕 하던 바보 엄마도 어느덧 안정을 찾아간다.

hello 이모, 삼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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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가를 한정없이 들여다보며 '귀하다'를 연발한다. 신창원도, 조두순도 처음에는 이런 아기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아가 하나 키우는데 얼마나 공이 많이 드는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육아하련다.



얼굴이 또렷해지면서 아가의 촘촘한 속눈썹이 조금씩 드러난다. 부리부리한 눈이 더 두드러진다.
조리원에서 밤중 조금씩 먹던 분유를 끊고 모유만 먹으니 입 주변 돋았던 두드러기가 싹 들어갔다. 목주변 땀띠도. 태지도 벗어지고. 날이 갈수록 훤해진다. 나는 별로 한 것도 없음서 뿌듯해한다.

아직도 서툰 엄마라서 그런지 외할머니랑은 달리 내가 오래 안고 있음 빽 운다.
울 엄마는 집 청소하고 요리해주시느라 드나드시고, 급기야 오늘은 몸져 눕기까지 하셨는데, 근래들어 가장 행복하게 웃으신다.

아가의 웃음과 냄새, 통통한 다리, 울 엄마의 박장대소와 아기 안고 벌이는 부흥회 ㅎㅎ 
이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의 옷을 입고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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