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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오라고 손을 벌리면 손을 뻗는다. 왠만하면 모두에게 웃어주지만 시커먼 남자는 약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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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배냇머리 다는 안자르고 배게에 문질러 듬성듬성해진 옆머리만 잘라주었더니 영락없는 파인애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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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수다스럽게 느껴져서 남편과 '우리 스탈 아니네' 투덜거리며 들었던 유아 세례 부모 교육 시간, 목사님의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 죄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포기하고 주저 앉아버리는 것이에요.

- 아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주세요.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민 6:24-26] 

뾰루퉁한 얼굴로 아기가 울까봐 노심초사해 하며 추운 교실에서 웅크리고 들었던 이야기도 이렇게 뇌리에 남는구나. 들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상준에게 그 무엇보다 성경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가 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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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오셨던 시어머니가 2011년 신년에 받은 말씀이라시며 두고 가신 책갈피

곧 평강의 씨앗을 얻을 것이라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으며 땅이 산물을 내며 하늘은 이슬을 내리리니 내가 이 남은 백성으로 이 모든 것을 누리게 하리라 [슥8:12]

어머니는 상준이가 평강의 씨앗이라 하셨다. 연초 말씀 뽑기에 큰 의미 부여 하지 않던 나조차도 아멘으로 받는다. 어찌되었든 하나님의 말씀이지 않던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맡겨두신 평강의 씨앗을 잘 가꾸어야지. 너는 어떤 열매를 맺게 될까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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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만나는 일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와 더불어 상준과 함께 하는 요즘이 내 인생 최고의 날들이다. 이렇게 귀한 일이라 쉽게 얻어지지 않았나보다.

 

못생긴 표정에 헝클어진 머리지만 맘에 드는 사진. (남편은 예쁘대) 우리 아들 뒤통수 시원하다

 

요즘 메롱메롱, 손가락 빨기를 즐기는 127일의 상준이.

 

 

 

 

 

 

화창하고 예쁜 날이었다. 상준이를 매고 집 앞 공터 벚꽃나무 한그루 아래를 어슬렁 거렸다. 남편과 벚꽃 축제에서 손잡고 거닐 던 그 때도 좋았지만 솔직히 지금이 더 좋다. ㅎㅎ

이젠 누워있기 싫은지 계속 안아달라고 때를 쓴다. 평생 안아파 본 허리가 아프기 시작 ㅎ 그래도 예뻐서 뽀뽀 천번 해줬다.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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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세레를 위한 교육을 받으며 부모됨의 부담+자유함을 동시에 느낀다. 

-부모는 하나님의 대리자 : 아이는 부모를 보고 하나님의 성품을 배운다. 

-아이는 하나님이 돌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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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버릇은 많이 없어졌는데, 가족에 대한 일은 잘 컨트롤이 인된다. 가족이란 애증의 존재가 아니던가. 

혼자 버럭 했다가 젖 먹고 있는 아들을 보았다. 순간 미안했다. 

아들아 부디 온유한 아빠를 닮으렴 ㅠㅠ 엄마도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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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고 악한 내 앞에 

기도의 문을 늘 열어놓으신 주님. 

감사합니다. 

곁에 있어도 보고 싶은 내 사랑 두고 출근하는 날. 나보다 분명 더 잘 돌봐주실 엄마에게 맡기는데도 불쑥불쑥 눈물이 난다.

아이 낳기 전엔 아이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차마 어디다가 맡기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과하다는 생각을 한 적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또한 하나님이 엄마된 자들에게 심어두신 본성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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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교육은 잘 따라주고 있다. 누워서 또닥또닥 한 채로 재우니 기특하게도 곧잘 잔다. 100일 이후의 여느 날처럼 밤 한시 반 어김없이 깨어 우는데, 젖 안물리고 무사히 재웠다. 그러나 네시 반에 또 울때는 차마 그리 못하였다. 날 밝으면 출근해야 하는데, 하며 아이를 안고 예쁜 모습을 하루 종일 떠올리리라 다짐하며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퇴근하니 엄마가 '얘가 이제 젖병을 거부한다'하신다. 오자마자 급히 손씻고 안아들었는데 정신없이 젖을 찾는 아가를 보며 짠했다. 그래도 방긋방긋 잘 웃고 똥도 한무더기 싸주는 고마운 상준이. 너 정말 효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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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히 혼자 뒤집기 성공. 어쩌다 한번 그런가 싶어 밤에 잘 때 아기침대와 우리 침대 사이의 벽을 올리지 않고 잤는데, 이 녀석이 자다가 뒤집기를 해서 두 침대 사이에 끼어 낑낑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다행히 버퍼 이불을 깔아두어서 다치진 않았다. 이젠 올리고 자야겠다. 아 왠지 뿌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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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하도 순해서 수면교육 따위 필요없다 싶었는데, 백일의 진상 이후 밤에 두세번을 깨는 것에 후달리고 나서는 수면교육을 실시하기로 다짐. 엄청 무거워서 매번 안아서 재울 수도 없고. 엄마도 나도 8kg 넘는 요놈 한 20분만 안고 있으면 허리가 뻐근하다. 일과를 세우고 적용하는 게 나에게도 훈련이 되는 것 같다. 성실한 엄마가 되어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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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식은 별거 안해도 다 특별해 보인다지만, 엄마와 내가 발견한 상준이의 특이한 점은 표정이 엄청 많다는 것. 너 뭐가 될라고 이러니, 하면서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빅재미다.

 

사실 육아가 힘드냐는 얘기에 대한 내 답은 '생각보다 쉽다'였다. 상준이는 확실히 순한 아이였기 때문. 큰 소리 내며 우는 법도 없고, 운다 해도 찔끔 의사표시 하는 정도였다. 밤에도 50일 이후에는 한번만 깨고 쌕쌕 잘 자주었는데, 누가 100일의 기적이라 하였던가, 밤에 잠을 들기전 초 진상을 부리기 시작했다. 지난 주일 밤엔 25분을 그냥 혼자 울게 방치하는데 이르렀다. 독하고 모진 엄마. 아동심리학자들은 애 울려 재우는 거 안좋다고 한다지만, 내가 살아야 아가도 사는거 아니가! 다시 방에 들어가 진빠지게 신나게 놀아주고 또 한참 잠투정을 한 다음에야 잠이 들었다.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뭘 아는지 모르는지 빵긋빵긋 잘 웃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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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드디어 출근한다. 남들보다 말도 안되게 좋은 근무조건인 것도 알겠고, 게다가 무려 엄마가 돌봐주시지만 유축 하는 것도, 젖병을 빨 백열흘짜리 아가도 걱정이 된다. 상준아, 삶은 우리 맘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렇게 거둔 열매가 더 값지더라. 우리 그러니까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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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거칠었던 피부는 재우가 프랑스에서 사온 아기용 콜드크림을 철떡철떡 수시로 발라주자 부드러워졌다. 부디 이대로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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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서 위에 있는 플라스틱 인형을 쥐었다 흔들었다, 발을 흔들어 바운스 바운스. 전보다 흥미가 높아졌는지 30분을 그러고 혼자 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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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촬영함.

고가의 드레스 입은 웨딩촬영의 어색함이 싫어서 안했던 우리. 아가 사진도 마찬가지라 생각했고,귀염 쩌는 사진들 왠지 찍고 싶지 않았으나.. 결국 질러버렸다. 첫 아이 때 이것저것 챙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란게 이런건가. 아기는 정말 잘 웃어줬고, 촬영도 일사천리였다. 아가들 울어서 재촬영 한다는데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었다. 근데 사진을 보니 돈 아까운 마음이 싹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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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띠 매고 첫외출. 좌식 음식점에서 밥먹고 순모임하는 3시간 내내 한번도 안울고 지나가는 수녀님, 스님, 구걸하는 할머니를 비롯한 보는 사람 모두에게 미소 작렬. 나 무려 밖에서 밥 먹은거니 ㅠㅠ

피곤 했을 것 같아서 집에 와서 눕혀놓으니 안아달라고 울고. 이 녀석, 외출과 얼굴을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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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맞추면 찝찝할 것 같아서 비싼 선택 접종 맞춤. 이 나라는 애 키우는 비용이 확실히 비싸다니깐!

간김에 아가의 거친 피부에 대해 문의하니 일종의 아토피란다. 돌 전까지 지켜보자네. 상준아, 엄마랑 잘 이겨내보자.

 

 

 

 

정글의 동물들을 불러 모으는 상준의 음성

엄마 얼굴이 웃겨 숨넘어가는 상준의 웃음

 

봄 나들이 하나도 안아쉽다.

봄이 내 곁에 누워있다. 


악력이 하루가 다르게 세어진다. 
울음소리도 쩌렁쩌렁. 옹알이도 초고음과 저음을 넘나든다. 웃음도 사람처럼 소리내서 잘 웃는다. 
배냇머리 탈모가 삼화되고 있다. 빠진 자리에는 촘촘히 솜털이 새싹처럼 올라온다.
아토피는 아닌 것 같은데 피부가 아기피부라기엔 좀 거칠다. 이 다음에 예방접종가서 물어봐야지.

-

새벽장사로 남다른 일과를 가진 위층. 우다닥 쿵턱 소리에 아기가 밤 잠을 잘 못이루는 것 같아 이사를 결정했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주욱 아파트에 살았다는데, 나는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 주택엔 살아봤지만 아파트는 처음이다. 예나 지금이나 상당수의 서울인들에겐 아파트가 최고로 선호되는 주거공간이라지만, 나는 편한 거 말곤 이 닭장같은 집에 그다지 매력을 못느끼겠다.

쪽방 시절 좋았던 건 하나의 대문을 두고 다세대가 공유하는 넓은 마당이 있었다는 것. 덕분에 쪽방 어린이들은 땅에 금을 긋고 조약돌로 둘러친 50 제곱센티미터 가량의 자기만의 밭도 가꾸었다. 우리 엄마의 귤나무에는 귤이 열기도 했는데, 거기 녹색 애벌레가 깃들었더랬다. 훗날 내가 학교가고 없는 사이 호랑나비가 되어 날아갔단다. 암튼 우리들은 한 시간 내내 그 녹색 애벌레를 쳐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뻔질나게 쓰다듬었다. 의외로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그 녀석은 생명의 위헙을 느껴 주황색 뿔을 내밀곤 했었다.

제인 구달 이야기를 읽다가 상준이는 흙만지게 하고 개랑 닭이랑 함께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남편과 더불어 제도권 교육에 소망을 버린지는 오래되었고, 북적이는 생활에 미련도 전혀 없어 도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흙만지고 강아지와 뛰놀다가 놀다가 자기가 주워온 계란을 엄마한테 건내는, 토마토가 어떻게 자라서 자기 입으로 들어오는지를 잘 알고 있는 볼이 붉은 소년 상준을 상상해본다. 2년 후를 위해 미리미리 공부하기로 남편과 다짐했다. 무지 부지런해야 한다는데, 각오는 되어있다. 하다가 못견디면 다시 돌아오던가, 적성에 맞음 아예 귀농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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