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티비보며 누워서 졸고 있는데 땅이, 집 건물이, 걸어놓은 점퍼의 지퍼 끝이 흔들흔들 흔들렸다. 우리는 깜짝놀라서 부산을 떨기 시작했고, 난 일어나서 기사를 검색하였다. 잠시후 아빠가 내가 부탁한 오렌지를 사서 들어오셨다.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친구같은 아빠라고 자랑할 때도 있었지만 불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는 아빠로부터 하나님을 배운 것 같다.


어제의 근심거리가
오늘의 감사의 제목이 된다.

우리 하나님이 나를 이토록 인도하시는 것은
분명 그 높으신 뜻으로 인도하고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한동대 총장님이 미국에 갖고 가셔서 모금을 위해 상영할 홍보 동영상에, 별 생각없이 기꺼이 출연하겠노라고 했다.

저에겐 이런이런 꿈이 있습니다, 한동대에서 이런이런 영향을 받았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용도에 맞게' 좀 거창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랬다. 아직 그 동영상을 직접 본적은 없지만, 아마 능력있는 친구들이 더욱 거창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잘 편집했을 것이다.

이후에 알고보니 지금 하버드 캐네디 스쿨에서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어 이름 날리고 계시며 신문에도 크게 발표된 최유강씨(전 한동대 학생회장)도 그 클립에 들어있다고 했다. 어휴, 그런 대단한 분과 같이 출연하다니. 뭐 그래도 상관없지, 저 멀리 미국에서 총장님이 한동대 기금마련을 위해 사용하신다면야.

그러나 왠걸,
"이화야, 횃불회관에서 학교 홍보 설명회할 때 니 동영상 봤다."
"어제 동문회에서 틀어준 동영상에 너 나오더라"
그 동영상이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것.

나의 4년간 생활(공부안하고, 가끔 수업 땡땡이도 치고, 발표 준비 안해서 교수님한테 크게 혼나서 울기도 했던 그 암울했던...)을 다 본 친구들이 그 동영상을 봤을 거라 생각하니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게다가 더 부끄러운 것은 어느 날, 나와 비슷한 꿈을 가졌는데 훨씬 똑똑하고, 상황도 좋은데다가 훨씬 성실하기까지한 그 사람을 보며, 또한 나의 무능함과 게으름을 보며 살짝 토라져 내 꿈을 접기로 마음 먹었던 것.

오랜만에 만난 양해란 목사님은 그런 나에게 따뜻한 일침을 놓으셨다.
"아직도 그렇게 어리고 가능성도 많은데다가, 여러 달란트를 받은 니가 지금 땅을 파서 그 달란트를 묻어놓겠다고? 나는 한 달란트만 있어도 두 달란트 있는 것처럼 행동해서 이렇게 바쁜데. 넓은 지평을 바라봐야지."
50대에 들어서시면서 박사논문을 쓰고 계신 목사님의 말씀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참으로 별 생각 없이, 아무런 가책도 없이 땅을 파고 있었다. 노력은 해보지도 않고서. 그리고 버릴 꿈들을 잘 포장해서 땅에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대의 마지막 1년,
나는 다시 꿈을 꾸기로 다짐한다.
가능성이 보이던, 보이지 않던, 눈감는 그 날 까지 이상을 쫓기로.
길을 인도하시는 분도, 타이밍을 정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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