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하루 사이 조그만 새끼 바퀴 두 마리를 보았다. 

미뤄두었던 가스레인지 닦기를 시작. 락스 뿌리고 닦고.. 하다보니 저 쪽 그릇장에 예전 흘린 국물이 보여서 거기도 닦고. 스텐레스까지 더러워 보여 베이킹소다와 식초 끓인 물에 담구고....이러고 나면 상쾌한 기분이 들어야 정상 아니냐. 뭔가 기운이 주욱 빠지고 착취 당한 기분은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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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에 놀러갔다가 MBTI 자료를 모으는 친구가 권하여 해보았는데, 수년 전, 몽상가적 INFP 기질은 돌보미형 I SFJ 바뀌어 있었다.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엄마가 되어서겠지. 

엄마와 함께 사는 친구는 아직도 수채구멍에 머리카락을 치우는 일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난들 하고 싶어 했을까. 엄마니까 그냥 하는거지. 

오늘의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바퀴벌레도 잡고, 집안의 묵은 때를 벗겨낸 후 진이 빠져버리는 이런 나를 더 예뻐해주고 싶구나. 오늘을 살아내는 니가 장하다고, 자주 토닥토닥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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