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잠들고 옷을 갈아입는다. 녀석들이 코흘리는 계절에는 늘 내 소매나 옷자락에 허연 자국이 남아있다. 분명 달려와서 얼굴을 파묻고 울었을 때 묻은 것일테지  생각하니 마음이 간질간질 웃음이 나온다. 오늘도 역시 엄청난 찬사와 집착과 사랑을 받았다. 엄마 예뻐. 엄마가 좋아요. 엄마 어딨어요. 엄마 책 읽어주세요. 엄마 장난치지 마요. 엄마, 엄마, 엄마

나도 엄마를 이렇게 좋아한 적이 있었을까. 왜 그런 기억은 하나도 안나고 엄마를 증오하고 저주하고 미워하기로 결정한 7살, 9살, 12살, 17살의 기억들만 선명한 걸까. 비합리적인 이유로 나를 때렸던, 자기 분에 못이겨 머리채를 잡았던, 쌍욕을 퍼붓던, 빨개벗겨 내쫓았던, 내 인생을 지옥으로 만든 그의 모습만 말이다.

아이들의 사랑은 점점 나를 떠나 세상으로 타인으로 옮겨가겠지. 적어도 생각만 해도 우울해지는 존재는 되지 않아야겠다. 화내지 말아야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