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 아니면서 탄핵 가결에 온 맘을 쏟아서일까, 매사가 귀찮고 허탈하고. 헌재 판결까지 남았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인생 자체가 기다림인데도 여전히 익숙하지 못하다. 

애들 늦잠 때문에 튼 티비에서 바이블 퀴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촌스러운 미국애들이 뻔한 신앙을 가지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목숨을 거는구나'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몇 분만에 그런 생각이 뒤집혔다. 몰입하고 정성을 다하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숭고한지, 보고 나서 그간 나를 괴롭히던 허탈감이 깨끗이 씻겨나갔다. 머리를 올려묶고 빨래를 돌렸다. 아이들 아침 세팅을 끝내고 라디오를 틀어 깨웠다.

어린 날 그렇게 열심히 무엇을 한 적이 있었나. 4부 합창곡을 쓰고 대상을 수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보다 더 재밌었던 순간은 같이 화성을 몇달간 연습하고 옷을 맞추고 안무를 짜고.  힘을 합쳐서 같이 열매를 거두는 경험이 얼마나 갚진지. 준이와 경이에게 꼭 그런 경험들이 있으면 좋겠다. 비틀즈처럼 블랙아이드피스처럼 이름을 날리진 못한대도 동네친구들이랑 재미난 프로젝트를 미친듯이 몰입해서 해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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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친구들이랑 매일 산에 나가는 상준. 친구 몇명과 탐험대를 결성하여 화석을 찾겠다고 하던 게 떠오른다. 히히 우리 아들 딸들. 수업 준비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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