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엄마지만 공동육아터의 딸들에게 언제나 마음이 쓰인다. 요즘 아이들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성역할. 

옛이야기와 접목한 음악감상 수업 중, 용감한 다섯 아이의 모험 이야기를 해주었다.  딸래미 하나가 묻는다. 다 남자에요? 

아뿔싸. 그렇구나. 

옛이야기 중 주로 모험을 떠나는 애들은 다 남자다. 딸들은 주로 딸이라서 버림받거나, 구조받아야 하거나, 강제 결혼을 한다. 이 뭐, 개같은 경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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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가 장난치고, 에디가 발명할 동안, 분홍 드레스를 입은 루피는 쿠키를 굽는다. 로보트 일색의 만화도 마찬가지다. 남녀의 성비는 거의 5:1. "남자는 힘이지" 류의 대사도 종종 들린다. 아이들에게 만화를 보여주지 않는 이유다. 화면은 화려하고 예쁜데 젠더에 대한 고려가 없다.  그나마 가끔 보여주는 채널이 외국채널인데, 성비와 폭력성 면에서 그나마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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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들이 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음 좋겠다. 용감하게 도전할 줄 알고, 내면의 힘을 깨달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들이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이 씌워준 굴레를 벗어나서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여하튼 옛이야기는 옛이야기 일뿐. 내가 각색하면 그만. 성비는 앞으로 1:1, 성차별적인 컨텐츠는 아무리 재미나도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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