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예쁜 집 살아보고픈 건 숙원이었다. 준이네 어린이집 근처엔 예쁜 집들이 많은데, 아이와 등하원 때 골목을 한가로이 거닐며 고즈넉한 정취에 젖는 걸 작은 낙으로 삼고 있었다. '저 집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저 집이 우리집이었으면' 하면서. 그런데 오늘 동네 엄마로부터 불쾌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자주 멈춰 이야기를 나누는 진돗개 미르가 묶여있는 집 건너편, 그러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던하면서도 전원적인 느낌의 그 집에 폭력적 성향의 은둔자가 있다는 것. 마을 아이 하나가 그 집 앞에 미르랑 있었는데, 그리고 별달리 시끄럽게 굴지도 않았는데, 그 운둔자가 뛰쳐나와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 한편 골목 다른 쪽 귀퉁이 놀이터 어귀엔 성범죄자가 이사왔다는 것. 그러니 마을버스가 다니는 큰 길로 다니라는 것.

마을 아이들 걱정에 이어 두번째로 든 생각은 '아니 그렇게 좋은 집에 살면서 부유한 사람이 왜 히키코모리가 되는거야!' 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린이집 들어오는 게 싫다며 구청에 민원넣고 쓰레기를 어린이집 쪽으로 밀어놓고 애들 배꼽인사도 모른 척 외면하면서 툭하면 시비거는 그 집도 창가에는 고운 레이스를 달아놓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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