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터에서 집까지 오는 길, 유모차를 안타겠단다. 임산부 느린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렸던 길을 매일 한 시간 정도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온다. 걸어와서는 밥도 잘 먹고 잠도 30분 정도 빨리 곯아떨어져서 좋다. 물론, 지나가는 강아지 고양이 다 아는 척하고, 딱지치기 하는 형들을 쭈그리고 관찰하고, 포크레인이나 경찰차가 지나갈라치면 없어질 때까지 보는 것을 기다려줘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이렇게 아들과 손잡고 긴 시간 산책할 수 있는 날이 그 얼마나 되려나. 가을 날씨도 참 좋다. 다리야 튼튼해져라. 무럭무럭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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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를 보면 구급차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고, 나비를 보면 나비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근데 오늘은 나방을 보더니 나방 노래를, 사과가 먹고 싶다며 사과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난감한 요구이지만, 엄마는 생활 예술인. 가사와 곡을 즉흥적으로 만들어서 불러줬다. 나방 노래의 가사는 '못생겼지만 소중해'가 요지였는데, 생각해보니 그닥 못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못생김의 기준이 뭐란 말인가. 개념부터 바꿔야 아이한테 좋은 생각을 심어줄 수 있겠다. 암튼 아이는 엄마의 노래를 듣기 좋아한다. 그리고 이상한 트롯트처럼 곡이 나와도 따라 부르기까지 해서 너무 웃기다. 뭐, 결국엔 집에 가는 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나방도 집에 가서 밥 먹고 목욕하고 잠자네'란 엉터리 방터리로 가사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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