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해도 상준이는 그림 그리기, 아니 자동차 그리기에 너무 집중했다. 자동차 수십대를 그리다 지쳐 스케치북을 숨기기에 이르렀고, 자동차를 그리느니 땡볕에 나가는게 덜 고생스러워서 '나가자'하고 유인하곤 했다.

그런데 한 이틀 전부터 '음머어'소리를 내며 소 그림을 찾는다. 소 그림 페이지에 구석구석 나온 그림들도 설명해줘야 한다. 자기 직전에도 '음머어'를 찾아서 곤혹스럽기도 했다.

아기는 날이 갈수록 통통해서 또 한번 얼굴이 변했다. 많은 단어를 얘기하고 싫다는 표현도 하기 시작했다. 그깟 그림, 음머 많이 그려주고 보여줘야지. 이 때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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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던 목사님의 고지식한 생각에 많이 실망하는 요즘이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분이 어떻게 난이도 '하'의 중차대한 사회 이슈에 대해 '난 모른다'며 이성적 판단의 끈을 아무렇지도 않게 놓아버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비슷한 분들이 많이 계신 다는 걸 기억했다. 그리고 이런 걸 '세대차'라고 하는구나 새삼 느꼈다. 그냥 그 분들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연세 지긋해도 유연하고 쿨한데다 이슈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박원순, 노회찬 같은 사람.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젊은 사람보다 훨씬 센스가 넘쳐서 받아치는 것도 빵 터지게 웃기다.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고 매력이 넘친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나이와 관계없는 유연한 사고와 겸손한 태도인 것 같다. 외국인 중에 그런 류가 더 많은 까닭은 유교적 위계질서같은 것이 깔려 있지 않은 것 같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세대랑도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사람 되고 싶다. 아, 중년이 코앞으로 다가온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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