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력이 하루가 다르게 세어진다. 
울음소리도 쩌렁쩌렁. 옹알이도 초고음과 저음을 넘나든다. 웃음도 사람처럼 소리내서 잘 웃는다. 
배냇머리 탈모가 삼화되고 있다. 빠진 자리에는 촘촘히 솜털이 새싹처럼 올라온다.
아토피는 아닌 것 같은데 피부가 아기피부라기엔 좀 거칠다. 이 다음에 예방접종가서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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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장사로 남다른 일과를 가진 위층. 우다닥 쿵턱 소리에 아기가 밤 잠을 잘 못이루는 것 같아 이사를 결정했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주욱 아파트에 살았다는데, 나는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 주택엔 살아봤지만 아파트는 처음이다. 예나 지금이나 상당수의 서울인들에겐 아파트가 최고로 선호되는 주거공간이라지만, 나는 편한 거 말곤 이 닭장같은 집에 그다지 매력을 못느끼겠다.

쪽방 시절 좋았던 건 하나의 대문을 두고 다세대가 공유하는 넓은 마당이 있었다는 것. 덕분에 쪽방 어린이들은 땅에 금을 긋고 조약돌로 둘러친 50 제곱센티미터 가량의 자기만의 밭도 가꾸었다. 우리 엄마의 귤나무에는 귤이 열기도 했는데, 거기 녹색 애벌레가 깃들었더랬다. 훗날 내가 학교가고 없는 사이 호랑나비가 되어 날아갔단다. 암튼 우리들은 한 시간 내내 그 녹색 애벌레를 쳐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뻔질나게 쓰다듬었다. 의외로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그 녀석은 생명의 위헙을 느껴 주황색 뿔을 내밀곤 했었다.

제인 구달 이야기를 읽다가 상준이는 흙만지게 하고 개랑 닭이랑 함께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남편과 더불어 제도권 교육에 소망을 버린지는 오래되었고, 북적이는 생활에 미련도 전혀 없어 도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흙만지고 강아지와 뛰놀다가 놀다가 자기가 주워온 계란을 엄마한테 건내는, 토마토가 어떻게 자라서 자기 입으로 들어오는지를 잘 알고 있는 볼이 붉은 소년 상준을 상상해본다. 2년 후를 위해 미리미리 공부하기로 남편과 다짐했다. 무지 부지런해야 한다는데, 각오는 되어있다. 하다가 못견디면 다시 돌아오던가, 적성에 맞음 아예 귀농을 ㅎㅎ



찌든 때 가득한 오래된 첫 신혼집에서는 함께 집의 때를 벗겨내며 신혼의 재미를 톡톡히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새로 옮긴 집에서는 물이 콸콸 나오는 등 이전 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감사할 수 있어 좋다. 
주인 아줌마가 갖다주신 할로겐 조명을  달았는데, 좋은 식당처럼 거실이 은은해져서 이재우와 손잡고 왈츠를 한바탕 췄다.
좋은 사람들 초대해서 맛있는 거 먹여야지.



결혼 전, 남편이 몇 달 살았던 신혼집의 2년 계약이 만료되었다. 새로운 집을 보고 전세계약을 했다.
집을 보러 엄마랑 다니면서, 우리가 정말 원하는 궁극의 집이 어떤 집인지 이야기했다.

'제이미 앳 홈'을 보면 영국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한 느낌의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창가에는 깡통에 허브들이 심겨져 있고, 제이미는 훅 훑어서 요리에 대충 뿌린다.
무심한 옷차림으로 터벅터벅 밖에 나가서 텃밭에서 당근과 같은 채소를 몇 뿌리를 뽑아 온다. 러블리 러블리 엡솔룻리 어메이징을 연발하며 자연이 준 선물에 아낌없이 감사한다.  속으로 생각했다. 저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삶!!

원하는 궁극의 집은 작은 텃밭이 있는 단독 주택이다. 울퉁불퉁한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이면 좋겠다.
남편 회사 다니기만 좋다면 서울이 아닌 근교여도 좋겠다. 산이랑 나무가 가까운 곳. 나중에 생길 아이들을 위해서도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왠지 이룰 수 있을텐데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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