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옷 택배가 왔다. 상준이 왈, "얼마나 예쁜지 보게 한 번 입어봐요."

녀석들 자면 꺼내려했건만, 상준이의 기대어린 눈빛에 꺼내어 입었다. 아랫단으로 갈수록 퍼지는 복숭아색 새틴 스커트. 지켜보던 상경이가 "민어곤주(인어공주) 같아요." 새 옷 입고 설레어서 빙글빙글 도니 흐뭇하게 바라보는 녀석들. 이 닦고 와서보니 엄마가 민어곤주 옷을 벗었다고, 울며 다시 입으라고 하는 경이. 

이렇게 오늘도 공주대접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빠가 엄마를 예뻐해주니 보고 배우는구나. 좋은 남편으로 자라거라. ㅎㅎ 



공동육아 수업을 하다보면 녀석들의 총천연원색의 개성들이 너무나 도드라져서 힘들.. 경이로울 때가 있다. 누구도 개성을 발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아우라가 다들 장난이 아니다. 각각의 향기를 잃게 하는 두려움과 허영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는게, 너를 참된 너로 살게 하는게 육아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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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정보가 우편으로 배달될 때마다 유심히 보고 이내 우울해진다. 당신도 엄마 품에서 배냇웃음을 지은 적이 있었겠지. 세상이 당신에게 미소짓는 것 같은 따스함을 느낀 적이 있었겠지. 

언제, 왜였을까, 길을 잃은 건.


악력이 하루가 다르게 세어진다. 
울음소리도 쩌렁쩌렁. 옹알이도 초고음과 저음을 넘나든다. 웃음도 사람처럼 소리내서 잘 웃는다. 
배냇머리 탈모가 삼화되고 있다. 빠진 자리에는 촘촘히 솜털이 새싹처럼 올라온다.
아토피는 아닌 것 같은데 피부가 아기피부라기엔 좀 거칠다. 이 다음에 예방접종가서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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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장사로 남다른 일과를 가진 위층. 우다닥 쿵턱 소리에 아기가 밤 잠을 잘 못이루는 것 같아 이사를 결정했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주욱 아파트에 살았다는데, 나는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 주택엔 살아봤지만 아파트는 처음이다. 예나 지금이나 상당수의 서울인들에겐 아파트가 최고로 선호되는 주거공간이라지만, 나는 편한 거 말곤 이 닭장같은 집에 그다지 매력을 못느끼겠다.

쪽방 시절 좋았던 건 하나의 대문을 두고 다세대가 공유하는 넓은 마당이 있었다는 것. 덕분에 쪽방 어린이들은 땅에 금을 긋고 조약돌로 둘러친 50 제곱센티미터 가량의 자기만의 밭도 가꾸었다. 우리 엄마의 귤나무에는 귤이 열기도 했는데, 거기 녹색 애벌레가 깃들었더랬다. 훗날 내가 학교가고 없는 사이 호랑나비가 되어 날아갔단다. 암튼 우리들은 한 시간 내내 그 녹색 애벌레를 쳐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뻔질나게 쓰다듬었다. 의외로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그 녀석은 생명의 위헙을 느껴 주황색 뿔을 내밀곤 했었다.

제인 구달 이야기를 읽다가 상준이는 흙만지게 하고 개랑 닭이랑 함께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남편과 더불어 제도권 교육에 소망을 버린지는 오래되었고, 북적이는 생활에 미련도 전혀 없어 도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흙만지고 강아지와 뛰놀다가 놀다가 자기가 주워온 계란을 엄마한테 건내는, 토마토가 어떻게 자라서 자기 입으로 들어오는지를 잘 알고 있는 볼이 붉은 소년 상준을 상상해본다. 2년 후를 위해 미리미리 공부하기로 남편과 다짐했다. 무지 부지런해야 한다는데, 각오는 되어있다. 하다가 못견디면 다시 돌아오던가, 적성에 맞음 아예 귀농을 ㅎㅎ


88
짐깐 돌아섰다가 보니 몸을 활처럼 뒤로 재껴서 뒤집기 시도중. 몸통은 다 넘어갔는데 몸의 1/4을 차지하는 머리와 거기 깔린 팔을 어찌 할 줄 몰라한다. 근데 힘들어 하기 보단 즐기는 것 같아서 잠시 그냥 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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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더니 몸통을 휙 뒤집는다. 어제보다 훨씬 수월하게. 이젠 잠시 움직일 때도 아기침대 기둥 세워놓아야 겠다.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아침 똥 생산하고 세상에서 젤 평안한 표정이 된다. 두 주 넘게 쌓아두다가 똥폭탄을 쏟아내곤 했는데. 이젠 장 기능도 제 자리 잡는가보다. 아가 똥폭탄 처리하다 온 집안에 똥칠하던 초보엄마도 이젠 능숙히 똥 잘 치운다. 엄마한테 '나 잘했지' 자랑했다.

보컬이 강조되는 디에고 아저씨 음악을 들으면 상준이도 질세라 흥얼거린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면 좋겠다.



발육은 전반적으로 빠르나 엎드려 고개 쳐드는 자세는 머리가 무거워 아직은 무리려니 했다. 말 나온 김에 퇴근한 남편과 시험삼아 엎어봤는데 이 녀석 아! 아! 환희에 찬 소리를 지르며(얼굴은 웃고 있었기에 그리 추정) 고개를 치켜드는게 아닌가. 그게 웃겨서 또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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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도 못하는 녀석이 일어서고 싶은지 다리를 쭉쭉 뻗는다. 양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들어주면 또 환희에 찬 얼굴로 입을 헤 벌리고 좋아아 한다. 누워서 잘 있더니 안아달라고 보채는 게 좀 늘었다. 7.8 kg짜리 아령으로 팔운동한다.

50일째

토하는 횟수 현격히 줄어듦
혼자 놀때도 엄마 찾음 - 우는 척 ㅋㅋ

64일째

그간의 피부 트러블 가라 앉음
내 어깨에, 또는 자기 손으로 얼굴 부비대던 것 잘 안함 (졸릴 때만 좀)
손을 입으로 가져감. 아직 조준 못하지만 간헐적으로 성공 ㅋ 쪽쪽 빠는 소리 엄청나다

67일째

너털웃음도 웃고 목소리 완전 커지고
한숨쉬듯이 끄어억 소리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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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키우는 재미 엄청나구나.
아기가 이만큼 자랄동안 뭐했나 싶어 끊었던 (ㅋㅋ) 독서 시작. 사실 아기가 좀 자라니 여유도 생기고.




고마워 내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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