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보사노바가 흘러나와 막춤을 췄더니
"엄마는 이런 음악이 좋아?"
"응 엄마는 이런 음악이 너어무 좋아. 상준이도 좋아?"
"아니, 난 옥수수 수염 노래가 좋아."(자주 틀어주는 동요)

그래도 동요 틀어달라고 안하고 엄마를 따라 춤추는 아들. 오래도록 기억할만한 고마움. 오늘도 짜증내서 미안해. 내일은 더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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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여도, 촛불처럼 공간을 가득 채우고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다. 절대 웃지 않을 것 같은 할아버지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고 뻘쭘한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를 훈훈하게 바꿔주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기를 기다리고 환영하는 이유가 거기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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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돼지우리처럼 어지럽히고 속옷차림으로 배를 내놓고 소파에 뒹굴곤 하던 동생 녀석. 엄마는 한숨을 쉬며 '얼른 장가보내버려야지'하곤 했다.

그런데 결혼을 며칠 앞두고 자기마저 집을 떠나면 엄마 마음이 어쩔고 염려하는 동생을 보고 어쩐지 짠한 기분이 들었다. 맞다. 나도 이젠 엄마.

'니가 아무리 애물단지처럼 굴었어도 엄마한테 너는 빛이야. 집에 빛이 없어지면 얼마나 어둡겠니. 그니까 엄마한테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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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아기를 본다. 마음을 천국의 빛으로 가득 채워주는 내 사랑.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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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고된 날이면 그 날을 생각해. 너네 둘이랑 아빠랑 같이 자라섬 캠핑장에서 텐트 치고 멀리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재즈음악을 듣는거야. 소세지나 감자, 고구마, 마시멜로우를 구워먹어도 좋을 것 같아. 그 때가 되면 이 엄마는 그 좋아하는 와인을 맘껏 마실거란다. 흥이 나면 너네들 손을 잡고 막춤을 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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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육아전투를 위해 아홉시에 누워 상상의 나래
...근데 몇 년 후에나 가능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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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늪에서 비빌 여유조차 없다. 힘내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상준이 열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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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병자를 본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 사람이 이리 된 것이 이 사람 죄 때문입니까, 부모의 죄 때문입니까?" 물어볼 때, 뭐 이 따위 엉터리 질문이 있는가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내가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소소한 일에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 한국 부모에게서 유독 두드러진다는 죄책감, 소심하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절대 난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내 잘못으로 고통받지 않으면 좋겠다.  

적어놓고 싶은 순간들이 많은데, 그냥 지나쳐버리는게 아쉽다.
742일, 두돌을 넘긴지 며칠 된 상준이는 대화가 통하면서 떼쓰는 게 많이 줄었다. 밥먹다가 장난을 쳐서 식판을 빼앗기니, 울어버리거나 다른 장난을 치던 이전과 달리 "이제 안할 거에요" 한다. 내키면 변기에 똥을 싸기도 한다.
61일된 상경이는 밤잠을 더 수월하게 자고 방구만 뀌어도 울어제끼던 며칠 전과는 달리 울음도 줄고 묵직해졌다.
상준이 아기 때는 울음소리를 못견뎌하던 나도 이젠 괜찮다. 애가 울어도 잠이 솔솔 올 정도(이건 좀 지나치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많이 줄었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혈질 분노대폭발은 여전히 기도제목이다.
애들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걸 보며 감사하면서도 한편 서글프다. 요 예쁜 녀석들에게도 삶의 무게와 아픔이 닥쳐올거란 생각에 맘이 무겁다. 낙관론자의 가면을 쓴 우울한 엄마는 우울의 늪에 빠져 있을 겨를이 없다. 아들들이 자라서 어느 시린 날, 마음을 다잡아 힘내서 앞으로 나가는 남자로 자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읏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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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준이를 낳아 키우며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맛보았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상경이가 찾아왔다. 더할 나위없이 완벽한 모습으로.

 

공동육아터에서 집까지 오는 길, 유모차를 안타겠단다. 임산부 느린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렸던 길을 매일 한 시간 정도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온다. 걸어와서는 밥도 잘 먹고 잠도 30분 정도 빨리 곯아떨어져서 좋다. 물론, 지나가는 강아지 고양이 다 아는 척하고, 딱지치기 하는 형들을 쭈그리고 관찰하고, 포크레인이나 경찰차가 지나갈라치면 없어질 때까지 보는 것을 기다려줘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이렇게 아들과 손잡고 긴 시간 산책할 수 있는 날이 그 얼마나 되려나. 가을 날씨도 참 좋다. 다리야 튼튼해져라. 무럭무럭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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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를 보면 구급차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고, 나비를 보면 나비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근데 오늘은 나방을 보더니 나방 노래를, 사과가 먹고 싶다며 사과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난감한 요구이지만, 엄마는 생활 예술인. 가사와 곡을 즉흥적으로 만들어서 불러줬다. 나방 노래의 가사는 '못생겼지만 소중해'가 요지였는데, 생각해보니 그닥 못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못생김의 기준이 뭐란 말인가. 개념부터 바꿔야 아이한테 좋은 생각을 심어줄 수 있겠다. 암튼 아이는 엄마의 노래를 듣기 좋아한다. 그리고 이상한 트롯트처럼 곡이 나와도 따라 부르기까지 해서 너무 웃기다. 뭐, 결국엔 집에 가는 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나방도 집에 가서 밥 먹고 목욕하고 잠자네'란 엉터리 방터리로 가사가 바뀐다.  

추석을 기점으로 21개월, 미운 세살 제대로 발현. 재우는 데 한 시간 걸렸다. 예전엔 포기도 빨랐던 녀석이 '그네, 그네' 하면서 한 시간을 보채네. 우리 천사 상준이 어디갔니. ㅠㅠ 둘째는 어찌 낳아 키울겐가.
아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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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다른 미션을 맞닥뜨리는 기분으로 사는 것도 영원하진 않겠다. 오늘의 좌절과 눈물도 언제 그랬던가 싶은 날이 오긴 올거다. 하긴 한달도 채 안된 시점의 고민이 이미 날아갔네. 그걸 생각하며 위로 받는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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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엄마도 아이에게 한 말을 가슴아파 하며 반성하는 걸 보니 새삼 내가 빼도박도 못하는 육아의 길에 들어서 있구나 싶다. 자책과 반성이라는 괴로운 일이 가까운 시일 내에 곧 끝나리라 생각했던게지.
동생 생기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 받아서 밥 잘 먹다가 게워내는가 싶어 종일 애써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많이 웃고 덜 울게 해줬는데, 게다가 열흘 만에 그리운 아빠가 출장갔다 돌아왔는데, 잘 자던 녀석이 잠들 때 진상을 부리고 조금 있다가 또 깨어 개진상 어게인 ㅠㅠ 애도 울고 나도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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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감사한 건 때리는 것이 확실히 줄었다는 것. 근 이틀 엄청난 수다쟁이가 되었는데, 말로 표현할 줄 알다보니 덜 답답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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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부리는 아이를 보며 고집스레 증오란 감정을 키운 오늘의 나를 보았다. 육아는 곧 기도. 주님께 내 문제를 다시 가지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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