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집 들어서는데, 늘 자기가 입은 옷을 자랑하는 여민이, "나 오늘 무당벌레 옷 입었다!" 하니 상준이 왈, "나는 당근색 옷 입었다!"

귀여운 내시끼. 자려고 누우니 또 생각나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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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 재우고 준이와의 짧은 산책. 늘 소방서를 찍고 돌아온다.

문화회관 옆 세워져있는 쌍둥이 셔틀을 보고 "형 버스랑 동생 버스네. 닮았네" 하니까

"엄마 버스랑 형 버스야" 한다.

왠지 기특했는데 다음 말에서 가슴 미어짐.

"엄마 버스가 형 버스한테 이 놈 해서 형 버스가 울고 있어"

 

와르르

일주일에 한번 혼내고 나머지는 물고 빨고 해도, 이렇게 너와 단 둘이 시간을 갖기 위해 애를 써도

그 혼낸 것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걸까

 

다시 버스 앞으로 데리고 가서 "상준아, 봐봐 엄마 버스랑 형 버스가 히히 하고 웃고 있잖아. 자세히 봐봐." 했다.

손은 대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다짐. 엄마가 미안해.

 

자기 전 누워 너의 사진을 본다. 오늘도 한 차례 혼쭐이 나서 울음을 터뜨렸지. 넌 엄마만 무서워하지. 혀를 내밀며 장난치는 것도, 찡그린 얼굴도, 더운데도 꼭 붙어 안아달라는 것도 그리워질테지. 손 틈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붙잡을 수 없겠지. 오진 내 시끼. 내일은 더 많이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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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준이의 사자 그림. 섬세하고 여린 편인 것 같은데도 남자아이라 공룡, 사자, 꽃게(?) 등에 이끌리는 모양.

고정관념이 없어서인지, 위로 뻗은 갈기가 자기몸쪽을 향하게 역방향으로 그렸다. 부리부리한 눈과 이빨, 발톱과 갈기를 잘 살렸다. 혀를 그렸음을 강조하더라. ㅋㅋ

두고두고 마음에 떠오를 귀여운 그림. 액자로 만들어놓으련다. 상준아, 엄마는 이 그림이 참 좋다.

 

 

사실 진짜 버닝 중인 분야는 지게차, 사다리차, 포크레인을 비롯한 각종 자동차

 

 

 

시장이나 길목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귀엽다고 예뻐해주시는 게 늘 좋은 건 아니다. 상준이 아토피 한창 때 일하던 목장갑을 끼고 볼을 꼬집는, 정말 맘 좋으신 경비 아저씨에게 말씀드리지 못하여 속앓이를 하던게 그 얼마던고. 등산객 할아버지가 자기가 먹던 옥수수에서 안씻은 손으로 알을 빼서 애를 주거나, 자기가 마시던 컵으로 담아온 매실액인지 뭔지 알수 없는 걸 내밀어 이미 애가 마신 걸 확인했을 때의 멘붕이란. 요즘엔 자기한테 뽀뽀하라고 하는 부동산 할아버지를 열심히 피해다닌다. 아 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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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빠가 운영하시던 공장 삼촌 중에 담배냄새 풀풀 나는 입으로 내 입에(!!!!) 혀를 사용하여 뽀뽀하던 변태새끼가 있었다. 그 놈으로부터 날 지켜주지 못한(않은?) 엄마 아빠가 한참동안 원망스러웠다. (사실 지금도) 딸 낳기 막연히 두려운게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요즘엔 아들, 딸 구분 없이 무서운 세상. 엄마가 너희를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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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를 함부로 만지지 않고 예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 그 분들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를 때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뭔가 엄청난 존재를 생산해 냈나보다 싶은, 알 수 없는 인류애가 솟구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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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다 등짝 시게 한대 맞았다. 일주일 내내 징징거리다가 주말이 되어 너그러운 아빠랑 있으면 더더욱 징징 대폭발.

진짜 귀여운데 진짜 미운

너는 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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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멜라 드러커맨의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 유럽문화를 동경하는 미국인의 과장이 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배울점이 많았다. 수면교육의 교과서라는 베이비 위스퍼도 이보다 더 확실하진 않았다. (e-book으로도 있음!)

요는, 애가 울면 즉각 달려가지 않고 왜 우는지 관찰하는 것. 아이에게 좌절감을 배우게 하는 것. 아이가 스스로 잘 수 있는,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을 믿는 것. 덕분에 상경이는 눕히면 1분도 안되어 잔다. 고맙다. 내가 요즘 너 땜에 산다 ㅠㅠ

경이를 매고 준이 손을 잡은채, 시장에 다녀왔다. "아저씨, 두부 주세요!" 끝을 올리는 말투에 아저씨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미꾸라지를 구경하다가 나오신 수산물 가게 아저씨한테도 배꼽인사를 했다. 두부 한 모를 달랑이며 제법 먼길을 걸어주었다. 집에 오자마자 김이 모락모락하는 두부를 몇 조각 달라했다. 밥먹는 동안 경이를 씻기느라 곁에 있지 못했는데, 감기를 앓는데도 깨끗이 비워주었다. "상준이가 엄마 아가 들어서 무거운데 두부도 들어주고 밥도 싹싹이 먹어줘서 고마워." 말하는데 눈물이 불컥. 아이 키우는게 쉽지 않지만 아기가 둘이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평생토록 그리워 할 것 같기도 하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다. 네가 내게 준 행복을 다 갚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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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악의도 없었는데 비수처럼 꽂히거나 종일 돌덩이처럼 맘을 짓누르는 말이 있다.

학교에서는 다른 것보다
쓸데없이 많은 말을 줄여 한 번 임팩트 있는 말 하는 법,
시기와 수위가 적절한 한마디 하는 법,
압박보단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법을 가르쳐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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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그 교육 받았어야 했는데. 이불을 팡팡 하이킥하는 부끄러운 순간들이 덜 했을텐데.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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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울려서 미안해, 짠한 우리 둘째. 엄마가 내일은 더 많이 관찰해서 너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우리 첫째. 그래도 넌 아가때 엄마가 허리가 끊어지도록 많이 안아줬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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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젤 싫은게 진상부리는 사람인데,

아가들 잠 때문에 한바탕 고생한 후

택배 가져가라고 인터폰을 밤 늦게 울리는 경비아저씨한테 진상부렸다. 이렇게 아줌마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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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세 번 아플 때 한번 아픈, 튼튼한 체력의 소유자였건만 아들 둘 생산하니 몸살이 한달에 한번 찾아온다.

언제나처럼 작은 녀석 목욕통에 누이니 큰 녀석이 와서 등을 짓누르며 방해하길래 '상준아 엄마 콧물이 왜 이렇게 나올까', 한 숨 쉬듯 딴 소리를 했다.  

그런데 녀석이 다다닥 뛰어가서 손수건을 갖고 와서 내 코에 대고 부드럽게 닦아 주는게 아닌가

찡한 녀석, 즈의 아빠 닮아 다정하기는.

이렇게 오늘도 몸살을 이길 힘을 주시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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