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을 향해 쏟아지는 야유와 욕설들이 첨엔 편치 않았으나, 이젠 수긍이 간다. 혹자는 곱게 자라 엘리트 코스만을 밟은 사람의 얄팍함, 그 전형이라 했는데 동감한다.
장애 청소년을 조명설치 등 촬영 풀세팅을 하고 곱게 화장한 모습으로 목욕시킨 행위, 촌스러운 옛 방식을 신봉하는 참모진에게 등 떠밀려 정치인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였다. 그러면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과하면 되는거다. 그런 거 절대 없다. 자기는 장애인 엄마기 때문에 곧 죽어도 진정성이 있다며 합리화 한다.
이번엔 어느 행사에 가서 '장애인 중 가장 우수한 게 시각 장애인'이란다. 장애인 마저도 우수하고 덜 우수한 계층 구분을 한다. 반에서 1등만 하는 제일 예쁜 부잣집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어떻게 여겨왔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난 너무 우수해. 너들은 날 우수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지.'
나경원이 사과를 안한 건 아니다. 신지호 의원 음주방송에 대한 사과를 하긴했었다 ㅋㅋ

사과는 박력있게!


이거 읽다가 뿜었다. 그 당당함에 사과받는 내 마음이 움츠러들 정도였다. ㅋㅋ

-

성추문으로 위기에 처했던 미국의 유명 설교자 고든 맥도널드는 자기의 잘못을 철저히 인정하고, 교회를 깨끗이 사임하였다. 그것이 더욱 풍성한 제 2기 사역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도들의 마음도 다시 얻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우리 나라 목사님도 사과를 하긴 했는데, 소송도 같이 했다. ㅋㅋ 곧 죽어도 나 혼자 잘못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리더십들이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것의 힘을 모른다. 특히 정치, 종교 지도자들처럼 일반인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어 있고, 더 많은 의무를 진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하는데, 사과하면 리더십에 큰 치명타가 오는 걸로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 '리더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되며, 설혹 저질렀더라도 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매우 가부장적인, 촌스러운 생각이다.

-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나도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지만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나의 부모가 그랬듯, 실수로 아이에게 상처를 남겨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음을 터 놓고 사과하는 겸손한 엄마가 되리라 약속해본다. 그래야 너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 너의 친구가 될 수 있을테니까. 







+ Recent posts